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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선'으로 펼쳐낸 '사모곡' - 류현자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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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2-05-26 19:01 조회8,23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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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현자. <사모곡 12-4>, 2012, 한지에 분채, 53x46cm



    ▶ 류현자, <사모곡 11-5>, 2011, 한지에 분채, 117x91cm



    ▶ 류현자, <사모곡 12-1>, 2012, 한지에 분채, 182x117cm


     

    '버선'으로 펼쳐낸 '사모곡'



    ‘버선’을 주된 소재로 2008년부터 ‘사모곡’ 연작을 계속해 온 중견 한국화가 류현자 개인전이 광주 롯데갤러리 창작지원공모 선정작가 초대전으로 문을 열었다. 벌써 아홉 번째 개인전인데, 5월 25일 시작해서 6월 4일까지 광주전을 갖고, 바로 이어 6월 6일부터 11일까지는 서울 인사아트센터로 옮겨 전시회를 연다.   


    이번 전시작품들은 작년과 올해 제작한 최근작들로, ‘버선’의 상징적 의미와 오방색을 결합한 조형미를 결합시켜낸 채색화들이다. 이들 조형언어는 일정한 패턴을 갖는 시각적 구성양식이 두드러지긴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작가의 내면세계나 정신적 바탕에 깔려 있는 천성적 자기규범과 내적 질서가 화면형식을 빌어 담겨져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주제로 삼은 ‘사모곡’은 무명초처럼 질기고 고단한 삶을 헤쳐 온 모친에 대한 애틋한 연민과 그리움을 담고 있으면서, 동시에 “인고(忍苦)의 세월을 견디어 오신 이 땅의 어머니를 상징하는 소재”로서 ‘버선’은 일종의 마음의 고향에 관한 상징적 표상이라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버선형태를 이루는 여러 곡선들이 갖는 한국문화의 특성과 조형적 매력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여러 유형의 곡선과 직선이 결합되어 부드러우면서도 날렵하고, 때로는 강인해 보이기도 하면서 이합집산(離合集散)으로 중첩되고 확장되며 화폭마다 각기 다른 운율(韻律)을 만들어낸다.


    특히 일반 한국화와 달리 두텁고 투박한 질감의 버선형태 면구성과 선명한 원색들이 돋보이는데, 여러 번 덧바른 호분의 흰 바탕으로 화면의 무한한 깊이와 공간감을 열어두고, 그 하얀 화면에 번잡스러움이나 잔상을 없앤 고요하게 침잠된 비어있는 공간과, 종이죽으로 일정 두께를 올려 부분 부분 작은 면들을 채워내면서 거칠고 투박한 촉각적 효과의 면들을 대비시켜내었다.


    더하여 그 위에 수없이 덧칠하여 우려낸 오방색을 입히는데, 원래의 다섯 색에서 먹색은 화면효과를 위해 사용하지 않고, 대신 녹색과 연두, 주황 같은 색을 더하여 화면에 화사한 생기를 북돋우었다. 이들 오방색에서 노랑은 드러날 듯 말 듯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노랑으로 상징되는 흙 또는 대지(土)는 세상의 모든 것을 품어 안고 새 생명을 생장시키는 바탕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류현자의 ‘사모곡’ 화면들은 색채와 질감의 변화들로 조이고 풀어지면서 다양한 변주(變奏)를 계속한다. 그 대부분의 작업은 작가 자신의 삶의 태도이자 방식으로서 의식적이든 무작위적이든 스스로 설정한 미적 규범과 내재율이 화폭마다 일정하게 적용되어 나타난 것들이다. 다른 한편에서 그것은 혼돈스런 세태와 정신적 분열현상들이 연이어지고 있는 지금의 세상에서 마음의 근간을 자연 본래의 이법에서 찾아 그 본질적 뿌리인 내적 질서를 조형적으로 담아냄으로써 일탈을 꿈꾸고 흐트러지기 쉬운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근본자리로 다잡아주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사실, 지금의 류현자의 작업들은 지극히 절제된 조형언어들이면서 “비우기 위해 먼저 원 없이 채워보는 과정”이라는데, “이번 전시를 계기로 털어내는 것에 대한 고심”을 이후 작업의 화두(畵頭)로 삼아보겠다 한다. 소재나 개념, 시각적 형식에서 ‘전통과 현대의 접목’을 추구하면서 삶이나 작업의 근간(根幹)을 늘 굳건히 다지고, 무시로 흔들리지 않는 이 밑뿌리를 토대로 자신이 추구하는 조형세계에 일념으로 용맹정진(勇猛精進)해 나가리라고 본다.




    ▶ 류현자, <사모곡 12-2>, 2012, 한지에 분채, 640x117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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