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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이 대상을 벗어나다' - 정광희 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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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2-06-16 17:34 조회7,44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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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이 대상을 벗어나다- 정광희 展


    일정 두께로 접어진 한지들을 화폭 가득 채워 붙이고 그와는 대비되게 굵은 모필의 필획을 올리는 정광희의 개인전이 전남도립 옥과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4월 28일부터 7월 5일까지 비교적 긴 기간 동안 여유 있게 진행되는 이 전시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각각 서예와 한국화를 전공한 배경답게 서예와 현대조형을 결합시킨 작품세계로 보여진다. 화폭의 바탕을 이루면서 그 자체로 한지조형이기도 한 각 지게 이어붙인 배경처리도 옛 고문서 같은 글씨들로 가득하면서 그 자잘하고 빼곡 정교한 조합 위로 화폭 가득 한 획을 그어 내리듯 굵은 필획들이 내리 그어져 있다. 그 필획들은 일정한 폭으로 내려뜨려지듯 채워지고 끝부분에서 모필의 끝자락 흔적을 남기며 들어올려지거나 기하학적 조형처럼 간결한 선으로 마감되어지기도 한다.


    어떤 경우는 굵직굵직한 필획들로 산수자연을 상징하는 상형문자처럼 화폭 위에 듬성듬성 자리하기도 하고, 사각의 화폭 안에서 흑백의 대조를 이루는 넓은 먹색 면들이 모필 특유의 번짐과 가변성을 남기면서 공간을 구성하기도 하며, 아예 비정형의 추상화면처럼 굵은 필선들이 중첩되고 뻗어나가면서 중후한 필묵의 기운을 응축하기도 한다. 그 묵직한 묵필 사이로 어떤 화폭에서는 붉은 기운이 덩어리로 결합되어 있기도 한다.


    또한 켜켜이 접어쌓는 정교한 바탕작업을 생략한 채 한지 그대로 흰 화폭에 응집된 기의 덩어리를 터트리듯 먹빛 덩이들이 파열음을 내기도 하고, 빠르고 거친 필촉들로만 구성된 조형서예 소품을 함께 섞어 놓기도 하였다.


    그가 생각하는, 그리고 그 생각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작화 태도에 대해 전시에 붙여 놓은 그의 작가노트를 참조해 볼 수 있다.            


    “육안으로 보는 시각화된 자연으로부터 시각대상으로 놓여 있지 않는 관념 속 자연 모두가 고민의 대상이 된다. 특히 시각적인 것으로 제한하는 대상보다는 대상의 내면에 감춰진 무 표현의 존재감이 다양한 감각을 더 자극한다.
    … 어떤 고정화된 형상을 깨트리지 못하는 이유 때문에 표현하려는 형상이 구체적으로 보이는 것은 대상에 대한 인식을 고착시키는 동시에 사유를 방해하고, 대상에 인식은 다른 형상의 틀로 한정되어 버린다.
    … 하나의 생각이 형상이라는 대상의 한계를 벗어날 때, 정신성을 더욱 확장시키고 인식의 한계를 넘어서는 광대함을 펼치게 된다. 광대함은 비어 있다는 것이고 비움을 통해 정신적 충만함을 찾게 된다.
    … 스스로 형상에 생각을 가두는 관념의 집착에서 벗어나 결국에는 대상에 마음을 두지 않은 것이 진정한 비움일 것이다.… 청정한 마음은 어느 새 형상을 벗어나게 되며, 그 확장성을 통해 마르지 않는 샘물같이 무한대상으로부터 끝없는 예술적 영감을 얻는다.”   


    한적한 시골 산자락, 녹음으로 둘러싸인 미술관을 오가는 길에 “다양한 만물의 형상과 존재양식을 넘어 설 수 있는 자존감으로 고정된 관념을 넘어 자유를 찾아 떠나고자”하는 그의 마음과 작품을 중첩시켜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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