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정신'은 광주정신 - 무등산 그림 > 전시비평/리뷰

본문 바로가기

전시비평/리뷰

Home > 남도미술소식 > 전시비평/리뷰
    전시비평/리뷰

    '무등정신'은 광주정신 - 무등산 그림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3-02-04 09:14 조회10,023회 댓글0건

    본문


      
    무등의 아침을 500일간 매일아침 카메라에 담아온 이주한 교수의 <무등산> 부분 (전시회 모니터 이미지)


    ‘무등정신’은 광주정신


      ‘어머니의 산, 무등산 국립공원승격을 축하합니다.’ 요즘 큰길가에 걸려 있는 현수막 문구다. 안팎으로 무등산에 대한 관심이 새롭게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무등산을 싸고도는 옛길 연결에 이어, 12월 27일 국립공원으로 승격되면서 한 달 새에 탐방객들이 25% 늘어나고, 올해 1,000만명이 찾을 것이라 한다.

      ‘무등’은 광주의 상징이다. 등급이나 차별을 두지 않는 넉넉한 품으로 늘 세상을 감싸 안아주는 든든한 버팀목이면서, 순리가 뒤틀릴 때는 서석ㆍ입석의 치솟는 의기로 정의를 바로잡는 광주의 정신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민주ㆍ평화의 도시 광주의 자존과 포용과 저항정신의 원천인 것이다. 세상을 품어 안은 자애로운 어머니인가 하면, 과묵하지만 당당하고 존엄한 아버지의 모습이기도 한 무극의 세계이다. 산 아래에 미술관을 열고 있는 정송규 화백은 “친정집 같은 포근한 어머니의 산, 거센 비바람에도 정의에 흔들림이 없는 거대한 아버지 같은 산”이라 말한다.    

      ‘무등’은 문화도시 광주를 키워나가는 토대이다. 천제단ㆍ무당골 같은 민족종교ㆍ민속신앙의 터전이자, 증심사 철조비로사나불ㆍ약사암 석조여래좌상ㆍ개선사지 석등ㆍ원효사 부도 등에서 나타나듯 호남 천년불교의 도량이기도 하고, 자연 철리 속에서 충의와 문예를 흥성하게 꽃피웠던 독수정ㆍ소쇄원ㆍ식영정ㆍ물염정 등 호남 선비문화의 의거처이며, 충효동 분청사기처럼 무심하고 초탈한 남도의 미감을 빚어내던 멋의 산실이었다. 이 자취들은 단지 지난 역사로 끝나지 않고 지금도 여전히 광주정신과 인문ㆍ사회ㆍ예술활동의 근간이 되고 있다.    

      현대에서도 수많은 시인ㆍ묵객ㆍ미술인들이 ‘무등’에 세상을 비추어 왔다. 의재 허백련처럼 아예 무등에 들어앉아 예도를 닦거나 후학을 기르기도 하고, 오지호, 김영태, 장찬홍, 황영성, 오승윤, 강연균, 우제길 화백처럼 그 산자락 아래에 터를 잡고 화업을 일구거나, 시내에 흩어져 살더라도 늘 가까이 무등을 그림으로 담아 왔다. 산 기운을 현장에서 호흡하며 사생을 즐기기도 하고, 산이 주는 영감을 독자적인 시각언어로 함축시켜 추상화된 형상으로 옮겨내기도 한다.  

      ‘무등산 화가’ 하면 고 배동신(1920~2008) 화백을 먼저 떠올린다. 해방 후 광주의 초기 서양화단 시절부터 줄곧 수채화로 일관하면서 독특한 붓맛과 물맛이 배인 ‘무등산’ 그림들을 시시때때로 즐겼기 때문이다. 그의 그림들은 대상의 겉모습보다는 내재된 본질을 집요하게 탐닉하는 과정들로 ‘상큼하면서도 은근함’을 추구한다. 넓은 어깨와 평평한 품으로 차별 없이 세상을 품어 안는 무등산의 형세를 특유의 맑은 색감과 거칠지만 경쾌한 필선들을 겹치고 엮으면서 내적 실체와 외경을 통찰해 내었다. 무등의 묵직한 중후함과 단단한 골기, 그러면서도 생동하는 활력을 그림으로 담아낸 것이다.           

      무등산을 주로 그리기는 고 박상섭(1937~2010) 화백도 빼놓을 수 없다. 1975년 [전남도전]에서 최고상을 수상한 <力>도 산이 주는 웅혼한 힘을 춤추듯 교차하는 산자락들과 회백색 단색조로 추상화시킨 작품이었다. 그의 무등산은 철따라 달라지는 사계풍경이면서 특히 화사한 꽃들이 피기 시작하는 근경과 더불어 화면 가득 잔설을 이고 있는 무등을 가득 배치하여 새 희망을 전하는 그림들이 많다.

      두 작가의 예뿐 아니라 광주지역 미술인들은 원로부터 젊은 세대까지 ‘무등산’을 다뤄보지 않은 화가가 거의 없을 정도다. 그런 작업들을 모아 이따금 ‘무등산’ 테마전이 열리기도 한다. 지금도 무등현대미술관에서는 젊은 여성작가 9인이 작년 일 년 동안 10여 차례 산 구석구석을 답사하며 준비한 작품들로 [무등산, 광주를 품다] 전시를 2월 28일까지 열고 있고, 광주신세계갤러리는 천일동안 매일아침 무등일출을 담아 온 순천대학교 이주한 교수의 [무등산 사진전]이 1월 30일부터 2월 12일까지, 빛고을시민문화관 1층 전시실에서는 국립공원 승격을 기념하는 [스토리와 경관이 있는 무등산 전시회]가 1월 31일부터 2월 7일까지 열린다.

      이번 국립공원 승격을 계기로 무등산은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안팎의 관심과 탐방이 잠시잠깐으로 끝나지 않도록 무등산이 품고 있는 여러 자산을 잘 모으고 엮어 그 진정한 가치들을 제대로 나눠주고, 이를 더욱 튼실하게 키워나가는 토대를 만들었으면 한다. ‘광주정신’의 근간인 ‘무등정신’을 빛고을의 지표로 세우고, 이를 통해 지역공동체는 물론 세상 널리 포용과 겸허와 정의의 정신을 일깨울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무등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무등산, 광주를 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 Copyright 2024 광주미술문화연구소 All Rights Reserved
    본 사이트의 이미지들은 게시자와 협의없이 임의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