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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등도원경-언어풍경'; 강운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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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3-09-29 16:54 조회9,18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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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운. 물위를 긋다-반가사유(부분). 2011 /  人+口=合(무등등 부분). 2013. 69x45.5cm. 종이에 담채


    무등도원경-언어풍경; 강운 개인전


    중견작가 강운의 ‘물위를 긋다’ 최근 연작들이 ‘무등도원경 無等桃源景-언어풍경’이라는 이름으로 9월 4일부터 9월 30일까지 광주 무각사 로터스갤러리에서 선보여졌다.

    2011년부터 최근까지의 이어 온 ‘물위를 긋다’ 작업 중 ‘광주’에 관한 조선시대와 현대 시들을 찾아 그 시심과 시어를 이미지화시켜내거나, 회화ㆍ미디어ㆍ철학 등 각기 다른 분야의 활동가들끼리 융합작업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회화적 기본 작업으로 진행했던 ‘숲,숨,쉼 그리고 집’ 회화연작과 편집영상, 물위 실 드로잉 ‘인연’, 한글 창제원리의 지혜를 되살려 자음과 모음의 조합으로 의미의 형상을 은근하게 우려낸 집ㆍ사랑ㆍ모순ㆍ무등 등등의 ‘人+口=合’ 연작, 사찰 내 전시공간인 점을 감안해서 준비한 반가사유ㆍ일체유심조ㆍ무각사 등등의 연작이 고루 전시되었다.

    강운의 이번 전시작품들은 도록에 실린 광주시립미술관 김희랑 학예연구사의 글을 통해 그의 작품세계를 찬찬히 들여다 볼 수 있다. 



    ▲ 강운. 숲숨쉼 그리고 집. 2012. 각101x68cm. 종이 위에 담채


    ▲ 강운. 人+口=合. 2013. 각69x45.5cm. 종이 위에 담채

     

    무한의 세계 속에 담긴 언어의 풍경

    김희랑 (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강운은 지남 20여년 동안 하늘ㆍ바람ㆍ물 등 자연의 순환적 질서, 생성과 소멸의 이치를 품고 있는 자연현상의 재현을 통해 눈에 보이는 세계, 그 이상의 사유의 세계를 펼쳐 보여 왔다. 그 중 최근 수년동안 실험해 온 ‘물 위를 긋다’ 시리즈는 재현이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비가시적인 자연현상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무한의 세계로의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강운 작품의 매력은 조형적, 개념적 혹은 다양한 측면에서 교집합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그의 회화는 구상과 추상, 재현과 제시, 일상과 이상, 작위와 무작위, 의도와 비의도, 현상과 개념 사이를 자유로이 넘나드는 무경계성이 특징이다. 이는 어느 회화를 특정 형식이나 개념으로 단정짓기 어렵게 만들고, 대중성과 예술성 모두를 담보하게 하는 대단히 매력적인 요소이다. 자연의 재현 혹은 제시에서 오는 익숙한 풍경과 현상들은 보는 이를 조용하고 편안하게 유인하여 감동을 주며, 넓고 깊은 사유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인간이 만들어낸 그 어떠한 기교와 감각도,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 지닌 숭고함을 넘어설 수 없다는 지극히 단순한 진리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 전시에서 중점적으로 보여주는 ‘물위를 긋다’는 배채법(背彩法)으로 화선지를 아크릴판 위에 놓고 물을 뿌린 후, 일획으로 그어내는 행위로 제작되어진다. 이 과정에서 불투과적 성질의 아크릴판에 흡수되지 않은 에너지의 숨결들, 기포 반응들이 서로 스며들고 번져나가며 고스란히 화선지에 형상화된다. 이것은 화선의 질감, 머금은 습기, 공기의 기운과 인간의 힘 사이의 충돌과 화해의 장이 된다. 이때 작가는 인위성을 배체한 순수에너지의 응축을 의도하지만, 이 작업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작가의 신체행위이다. 기술이나 기교를 재한하고 있지만, 감각적인 힘 조절이 에너지와 에너지 사이의 충돌과 섞임의 간극을 좌우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신체란 자신이자 바깥세계와 연결된 매개체로써 의식을 도와 자신의 사상과 의도를 표현하는 도구이다. 신체의 리듬과 호흡조절은 에너지 사이 상호작용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이다.

    ‘물위를 긋다’를 통해 보여준 순수에너지들의 치열한 흔적은 우주의 변화무쌍함 속에 소우주로서 인간사의 혼돈과 갈등, 그리고 화합과 조화의 질서를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자연현상의 경이로움 앞에 인간 존재에 대해 반성하게 한다. 이는 강운이 물과 공기와 인간의 혼, 그리고 그 너머 자연의 조화가 만들어낸 비가시적 세계를 제시함으로써 보다 열려진 사유세계와 예술의 지향점을 모색하는 근거이다.

    최근 강운은 자신의 치열한 삶의 과정에서 얻어진 화두를 ‘물위를 긋다’ 안에 텍스트나 기호, 이미지로 내재시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자칫 색면 추상의 범주로 이해될 수 있는 피상성 대신 자신의 삶 한가운데를 관통하고 있는 살아있는 생각을 담고자 한다. 이 작업은 눈으로 확인될 수 없는 것들- 예를 들어 쉼, 사랑, 삶, 성취감, 감동 등- 을 ‘언어의 풍경’이라는 형식으로 가시화시키고 해석해내는 일이다. 작가는 ‘언어적 유희’라는 다소 가벼운 표현을 사용하지만, 그 놀이는 꽤나 진지하고 지금껏 수많은 시행착오와 혼란과 갈등을 겪으며 얻어낸 깨달음이 담겨 있다. ‘물위를 긋다’가 무한의 세계에 대한 제시였다면, 그 안에 담겨 있는 ‘언어의 풍경’은 지극히 개인적 사유를 통해 보편적 공감을 유발시키거나, 또 다른 사유의 파장을 유도하는 일종의 제안이라 할 수 있다.

    이전 전시는 강운이 삶속에서 느낀 가치들, 최근 극명하게 와 닿고 있는 삶의 화두들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자 고백이다. 그것은 강운의 삶과 사랑과 예술의 존재방식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결국 이 시대를 함께 살아 온 우리들의 이야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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