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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재와 부재 사이 사유를 엮다; 양은호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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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3-11-23 16:00 조회9,39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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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은호, <끈 (관계) I>, 2011, 무명실 
     

    존재와 부재 사이 사유를 엮다; 양은호 개인전 


    “장소는 있으나 존재하지 않고 장소는 없으나 존재하는 것
     현실과 꿈의 이중성 존재와 부존재의 이중성을 표현하고자 함이 화두이다”


    신예작가 양은호의 첫 개인전이 담양 대담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엮다’라는 전시명으로 11월 22일부터 12월 22일까지 한 달간 계속되는 이 전시는 양은호가 미국 시카고 아트인스티튜트 순수미술학과에 재학 중이던 2011년 작품들을 중심으로 꾸며져 있다.

    있고 없음, 의식과 무의식, 경계와 비경계, 기억과 현재 사이에 스치거나 머물고 맴돌다 사라지기도 하는 수많은 생각의 잔상들을 무명실로 엮어 표현해낸 작업들이다. 정신적으로 자기성장의 결정적 시기라 할 고교시절부터 대학까지 이국 땅에서 홀로 유학생활을 하면서 느낀 현실로서 실재하는 것과 무의식이나 생각들 속에서 떠오르는 비실재적인 것들, 그런 유형ㆍ무형의 존재와 사유 속에 어른거리는 이미지들을 수많은 실가닥들로 결속시키고 드러낸 작업의 흔적들이다.

    <끈>(관계)은 양은호의 삶에서 영원한 생명의 품이자 정신적 롤모델이기도 한 엄마의 잠든 모습과 초점이 흐려 가물거리는 듯 불분명한 두 이미지를 일정 거리를 두고 하얀 광목천으로 이어놓은 작품이다. 침상 같은 수평의 테이블은 현실로서 존재하는 엄마의 이미지를 갈색조로 절제시켜 안정되게 엮어내고, 생각 속 흐릿한 무채색의 또 다른 존재는 가늠할 수 없는 거리 저만치에 비스듬히 세워진 테이블에 불안정하게 매어 놓았다. 생을 지탱하는 견고한 구조체와, 시간과 공간에 따라 무게를 달리하는 육신 또는 정신의 존재, 그 사이를 이어주는 가변성의 통로로서 천, 그 단순 간결한 소재들간에 만들어내는 생의 이야기가 설치형태로 연출되어 있다.

    <의식과 무의식>은 또렷하지 않은 의식의 휴면상태 아니면 혼재하는 여러 층위의 생각들이 불분명한 이미지로 직조되어 비스듬히 기울어진 테이블 위에 일부는 접어진 채로 매달리듯 놓여져 있고, <의식과 무의식 Ⅱ>는 무중력의 공간을 부유하듯 얽매임 없는 무한휴식 상태로 잠든 본인의 모습을 네 컷의 이미지로 구성하였다. <사유> 또한 잠자는 듯, 상념에 빠진 듯, 웅크린 이미지를 암갈색 직조로 엮어 귀퉁이 내모상자 위 패널로 올려두고 그로부터 바닥 멀리까지 길다랗게 광목천을 내려뜨렸다.

    그런가 하면 <오래된 기억>은 그 감명이 오래토록 마음 속에 남아 있는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필름 이미지 컷들을 사실적인 직조로 이어내렸고, <음양>의 경우는 수직으로 분할되는 적갈색 띠들 바탕에 구름인 듯 거품인 듯 시간의 흐름을 따라 시시때때로 변화할 듯한 불분명한 형태의 이미지들을 역시 천으로 엮어 내려뜨려 놓았다.

    양은호의 일종의 페브릭 아트 작품들은 대부분 존재와 부재, 실재하는 것과 불가해한 사유의 세계, 기억이나 의식 속에서 사라지는 것, 드러난 것과 보이지 않는 것들이 서로 중첩되고 결합되면서 알 듯 말 듯한 이미지로 엮어져 있다. 마음 속에서 끊임없이 부침하는 자존과 삶의 이야기들을 화두 삼아 회화적 이미지로 설정하고, 수많은 가닥의 실들을 베틀로 엮어 천의 형태로 드러내는 그의 작업은 갓 세상으로 향하는 신예의 불확실한 내면을 스스로 가닥 잡아내기 위한 꽤 긴 시간의 자기성찰이자 몰입의 흔적들이다. 공간과 물리적 소재와 사유된 이미지를 엮어 그 자신의 이야기를 엮어가고자 하는 양은호의 예술적인 탐구는 이제 시작인 셈이다.



    ▲ 양은호, <사유 思惟>, 2011, 무명실, 65x65cm


    ◀ 양은호, <음양>, ▶ <의식, 무의식>, 2011, 무명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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