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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깝고도 먼 젊은 작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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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4-02-06 21:05 조회8,55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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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준영 <잃다> / 장호정 <3rd face>
    김영일 <FORGETTING-City Life29> / 송지윤 <샤워시리즈1> / 서영기 <WOMAN>
                                                         이재덕 <무지개를 쫒는 사람>

     

    가깝고도 먼 젊은 작가들


    최근 광주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20~30대 젊은 작가들의 작업 성향을 한 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유스퀘어문화관 금호갤러리가 2014년 신년기획전으로 마련한 ‘가깝고도 먼 젊은 작가전’인데 1월 24일 시작해서 2월 9일까지다.

    광주미술계는 90년대 후반 이후 지역의 전통화맥이나 집단양식에서 벗어난 개인의 독창적 예술세계 탐구욕이 강해지고, 그런 의지들은 계속 분화를 거듭하는 가운데 광주미술의 현장을 전혀 새로운 분위기로 바꿔놓았다. 시대와 문화환경의 변화 속에서 개별 창작세계의 색깔과 목소리를 다듬어내는데 많은 고심들을 쏟아 부었고, 그런 청년세대의 기운들이 일반화되면서 어느 전시회나 어떤 공간이라도 다채로운 주제의식과 소재와 매체, 표현형식들로 생동감들이 넘쳐나게 되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일부 추구하는 의식이나 태도에서 동질감을 느끼는 작가들끼리의 활동이 없지 않지만 개별작업에 천착하다보니 비슷한 세대 간에도 소통이나 교감이 부족해지기도 한다. 시대문화의 흐름을 따라 광주미술도 예전의 지역정체성이 흐트러지고 개인별로 파편화되어간다는 우려도 생겨나는 것이다.

    이번 전시 제목 ‘가깝고도 먼 젊은 작가'도 그런 미술계의 시대풍조를 담고 있다. 본인이 그 ’젊은 작가‘군에 속한 김영일(회화)이 기획안을 제안하고 작가를 선정하고 전시를 구성해 내었다. 한창 왕성한 창작욕구에도 불구하고 불안정하고 혼돈스러운 세상살이를 헤쳐 가며 예술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20~30대 청년작가 29명이다. 학연 지연 연고와 상관없이 의욕적으로 자기 작품세계를 일구어 가고 있는 작가들을 분야별ㆍ성향별로 안배해서 함께 하는 자리를 만드는데 우선하고, 그런 젊은 작품세계를 고루 소개하고 선보이는데 힘썼다 한다. 작가선정 과정에서 최근 금호갤러리의 창작지원전이나 영아티스트 등에 참여했던 작가는 가급적 중복을 피하고 새로운 작가에게 기회를 넓히기 위해 일부러 제외하기도 했다.

    전시는 최근 젊은 작가들의 주로 관심사인 ‘인간ㆍ사회ㆍ환경’을 큰 주제로 삼았다. 물론 기획의 초점을 두기 위해 설정한 주제 분류이긴 하지만 각각의 작품들에는 이런 주제의식들이 복합적으로 담겨있기도 하다. 표현주의적 색채와 필치로 고독과 심적 허기를 강하게 뭍혀내는 송지윤의 <샤워 시리즈>, 생기 잃은 도시 삶 속에서 내면의 대화로 침잠해 들어가는 정호정의 <대화>, 인형이나 애완동물로 자기취향의 대리교감을 즐기는 정다운의 <미미와의 티타임>, 짙은 원색분장 속 무너지는 자존감을 찌부러진 두상들로 상징한 이재덕의 <무지개를 쫒아서>, 감각적 유행문화를 따라 세련된 외피로 단장하는 홍원철의 <Machine civilization into poodle>, 굶주림과 질병ㆍ생존의 고통으로 신음하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묘사한 박성완의 <눈> 연작 등은 이 시대 인간의 여러 단편들을 펼쳐 보여준다. 

    그런가 하면, 빼곡한 도시의 콘크리트 숲으로부터 자유로이 날아오르려 하나 발목이 매어진 새떼나 호흡을 조이듯 점점 물이 차오르는 도시의 빌딩 숲을 바라보는 개 한 마리를 묘사한 윤준영의 <잃다> 연작, 영혼 잃은 감각적 도시문화를 번듯한 마네킹으로 풍자하는 김영일의 <FORGETTING-City Life> 연작, 집단 속 개성의 상실을 비춰낸 최요안의 <기념촬영> 연작, 얼룩박이 군복무늬 속 시대의 집단문화와 개별문화 사이 자존을 되묻는 이조흠의 <Landscape-south Korea>, 감각적 편의성을 부추키는 콘돔들로 패턴화된 서영기의 <MAN> <WOMAN> 등은 사회환경과 시대문화를 직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경우들이다.

    청년세대는 의욕과 방황으로 불안정한 시기다.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의 낙관적이거나 암담한 것들은 더 극대화된 것일 수도 있다. 닳지 않은 젊은 목소리와 청년다운 의지가 독자적인 자기세계를 가꾸어 나가고 도시와 세상에 문화적인 생기를 불어넣어 줄 것이다. 한가지, 신년기획이고 풋풋한 청년작가들이면서도 이전에 선보인 작품을 재출품하는 경우가 이번 전시에서도 또 반복되고 있는 데, 몇가지 그럴 수 있는 이유를 짐작케는 하지만, 그러나 태도에서는 다시 생각해 볼 문제이다. 젊은 세대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이 전시의 풍경이 옹골찬 의지와 활력으로 더 밀도 있는 작업세계들로 이어질 수 있기를 작가 자신들도, 그들을 통해 문화를 충전하고 활용하는 향유자나 도시공동체도 함께 노력하고 풀어가야 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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