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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세계 신년 특별기획전 '삶을 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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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4-02-10 20:36 조회10,12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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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문호 (마c), <무늬>, 2014. 방수포에 바느질, 250×254cm


    ▲ 안희정, <곳> 연작모음, 2014. Digtal textile print, 혼합매체


    ▲ 양문기, <Luxury> 연작, 2014. 자연석 연마



    ▲ 이이남, <피에타>, 2014, 빔프로젝터, 7min 30sec


     

    신세계 신년 특별기획전 ‘삶을 짓다’



    순수 창작과 대중문화 등을 통해 이러저런 이미지가 넘쳐나는 시대에 작가들의 시각언어를 통해 삶을 들여다보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광주신세계갤러리가 신년맞이 특별기획전으로 마련한 ‘삶을 짓다’전이다.

    1월 16일부터 2월 5일까지 진행된 1부 ‘삶을 짓다-그리고’는 회화 속에 담긴 ‘소박하고 아름다운 삶의 모습’을, 2월 6일부터 26일까지 2부 ‘삶을 짓다-만들고’에서는 ‘복합매체로 다변화하는 삶의 모습’을 담아낸다. 이 전시는 광주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 9명이 ⅠㆍⅡ부로 나눠 작품을 선보인다. 

    1부는 박문종, 송필용, 이구용, 정경래, 조병철 등 5명이 참여했다. 박문종은 황토물로 우려낸 황갈색 천연안료를 바탕색으로 깔고 그 위에 투박하고 어수룩한 붓질로 농사일이나 시골풍경의 서정을 일궈낸 <수북산거도> 연작을, 송필용은 생동하는 필촉의 맛과 물감의 촉각적인 효과로 쏟아지는 폭포의 기운과 청량감을 화폭에 담아 새해 새기운을 북돋우는 <폭포는 언제나 곧다> 연작을, 이구용은 오랫동안 계속해 온 주관화된 산수풍경들과 달리 인간 삶의 내적 갈등과 관계들을 굵고 단순화시킨 필선으로 <그늘진 마음> <애매한 거리>를, 정경래는 향수어린 시골 농사일 전원풍경을 목가적 서정을 담아 사실적으로 묘사한 <회상>을, 조병철은 거대자연의 장관을 큰 한지화폭에 수묵담채로 펼쳐내어 대둔산의 기암괴석 봉우리들을 ‘금강전도’처럼 세밀하게 묘사한 <대둔산의 옛일을 기억하다>를 보여주었다.

    이어 지금 진행되고 있는 2부는 마문호, 안희정, 양문기, 이이남 등 4명이 참여하고 있다. 생활 속의 소재와 표현방법으로 독특한 평면작업을 계속해 온 마문호(마c)는 이번 전시에서도 폐비닐 포대에 따북 따북 단색 바느질을 엮어 삶속의 여러 일상적 인물 모습이나 민초와도 같은 평범한 들풀들의 세상을 펼쳐내었다. 일부러 번잡한 도시로부터 일정 거리를 두고 물러난 작업실에서 자연과 음악을 벗 삼아 지극히 단조롭게 반복되는 무념무상의 바느질이라는 긴 노동의 작업행위를 통해 세상에 대한 생각과 얘기들을 풀어내며 현시대의 <무늬>와 <자생>을 담아내었다.

    입체적인 사진조형작업으로 세상을 비춰내는 안희정은 세상 이 곳 저 곳에 남아 있는 낡고 헐은 오래된 건물들을 미니어처로 재현해 놓았다. 근대기에서 경제개발기를 거쳐 수십 년 곳곳의 삶의 역사를 지켜왔을 허름한 옛 창고건물들을 사진으로 담아 전사시킨 천으로 실제 건물처럼 입체모양으로 만들어 전시장 바닥에 작은 소도시를 꾸며 놓았다. 이들 건물들이 자아내는 애잔하고도 푸근한 삶의 정서를 통해 기억과 향수의 밑바닥을 다시 드러내는 작업인데, ‘오랜 시간의 흔적을 가진 실제의 공간을 채집하며, 실제 공간과 분리시키는 작업으로 현대인의 노마드로서의 정체성을 담고자 했다’고 한다. 목포 옛 일본영사관 창고, 군산의 적산건물인 농장창고와 군산세무서 창고, 장항의 어망창고나 물류창고, 순천 별량 농협창고, 삼례 농협창고, 대전 한전보급소 창고, 상주 농협창고들이 영화 속 지난 시절의 거리처럼 재현되어 있다.

    명품 브랜드 이미지들을 돌에 새겨 현대인의 욕망을 풍자해온 양문기는 좌대로 대신한 높은 빌딩들 위에 그들 명품 돌가방들을 올려놓는 방식으로 현대사회의 풍경을 보여준다. 문명 이전의 원초적 존재인 거친 상태의 자연석들을 채집하여 그 표면을 곱게 갈고 다듬어 세계적인 브랜드의 명품 심볼들을 올려 새김으로써 인간 본래의 자연본성과 문명으로 치장된 현대사회 욕망의 굴절을 은유적으로 드러낸 작업들이다. 특히, 돌들이 지닌 자연 상태의 질감이나 색과, 인위적 욕망의 결집과 자기연마를 통해 비로소 얻게 된 상류문화의 세련된 질감이나 심볼이미지를 대비시켜내던 이전과 달리 일부 작품에서는 선명한 붉은빛을 입히기도 하면서 욕망의 과도한 치장을 형상화시켜내고 있다.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을 넘나드는 이미지들의 조합과 변이로 상상력을 시각화시켜내는 미디어작가 이이남도 신작과 함께 여러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이번에 새로 내보인 <밤의 피에타>는 모니터영상 이미지가 아닌 전시장 한쪽 벽면에 빔프로젝트로 크게 투사시키는데,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대리석 조각상 이미지을 차용하였다. 르네상스 절정기인 15세기말에 초월적 신의 세계와 현세 인간의 고뇌를 결합한 대표적 명작으로 꼽을만한 ‘피에타’에서 성모 마리아의 절제되었지만 지극히 비통한 표정 아래로 현대도시의 휘황한 야경과 마천루들이 바람결처럼 일어났다 사라지는 영상을 구성하였다. 비감한 성모의 품에 늘어진 채 안긴 그리스도의 이미지 위로 명멸하는 도시의 불빛과 질주하는 빛무리들이 띠를 이루며 중첩되어 훑고 지나간다.

    전시를 기획한 신세계갤러리 오명란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에서 “미술의 전통적 경계를 넘어서 각자 말하려는 대로 매체, 조형언어 등 자신의 생각에 어울리는 옷을 적극적으로 선택하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느낄 수 있는 이야기를 각자의 방식으로 명료하게 암호화해 다양한 형태의 매개로 우리에게 말을 건네오고 있다”고 공통적 특징을 말한다.

    백화점이라는 공간과는 물리적 거리나 심정적 거리를 갖는 지난 시절의 풍경이나, 문명 바깥의 투박하고 토속적인 정취와 정서, 그러면서도 드러내고 싶지 않은 보다 나은 세상을 향한 동경과 내적 욕망, 그런 속에서 소소하게 엮이어 가는 세상살이 모습들을 잔잔하게 음미해보게 하는 전시이다.



    ▲ 송필용 <폭포는 언제나 곧다>, 2013, 캔버스에오일. 194x112cm / 박문종, <수북산거도>, 2012, 종이에 황토,
    먹, 채색, 140x150cm / 이구용, <그늘진 마음1>, 2014, 장지에 수묵채색, 213x150cm
    ▼ 정경래, <회상>, 2007, 종이에 수묵진채, 90x132cm / 조병철, <대둔산 옛일을 기억하다>(부분), 2011, 한지에
    수묵담채, 150x40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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