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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 속에 어른거리는 허상과 실상; 박상호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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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4-02-26 20:16 조회10,24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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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상호 <생명의 노래>, 2014 

     

    삶속에 어른거리는 허상과 실상; 박상호 개인전


    ‘영원한 생명’에 관한 설치와 영상, 사진이미지 작업 등을 펼쳐가는 복합매체작가 박상호(조선대 교수) 초대전이 2월 24일부터 3월 5일까지 광주 은암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허상과 실상’이라는 이름의 이번 전시는 실재하는 이미지를 뒤집어 실상과 허상의 본질을 묻거나, 인간 삶에 관한 성찰의 메시지를 설치형태로 보여주는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전시장 한쪽에 천장부터 바닥까지 연결지어 설치한 대형작품 <생명의 노래>는 육탈된 새들의 뼈와 세라믹으로 떠낸 뼈더미 위에 새 알 하나를 올려놓고 그 표면에 이제 막 알을 깨고 나오는 병아리 영상을 소리와 함께 투사시키고 있다. 그 뼈 무더기 위로는 둥근 원 또는 삼각형, 톱니모양 등으로 뚫어낸 검은 판들이 겹쳐진 사각의 상자를 허공에 매달고 사이사이 거울을 통해 관객 자신의 얼굴이 비춰지도록 하였다. 나고 죽는 생명의 순환고리 사이에 여러 복합적 층위들로 틀 짜여진 인간세상과 실존을 형상화하면서 그 속에 비춰진 관객 자신을 발견하도록 구성하였다.

    또 하나의 설치작품 <변증법의 미>는 현대인의 생활습관과 밀접히 연관된 커피를 주된 소재로 인생사에 관한 메시지를 전한다. 곱게 빻아진 커피가루를 전시장 바닥에 융단처럼 네모나게 깔고 그 한쪽에는 커피원두 한 무더기를 쌓아놓았다. 그 커피더미 위로는 붉은 레이저광선이 마치 원두를 분쇄하듯 끊임없이 돌고, 벽면에는 커피가루로 뭉쳐진 벽돌모양 입방체가 붙어 있다. 그리고는 벽면에서 바닥까지 한 줄의 숫자가 관통하고 있는데, 숫자로 풀어낸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지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와 “자기부인(자기부정) 십자가”라는 메시지다. 스스로를 부수지 않고는 서로 하나의 덩어리로 융화되지 못하고 개별존재들로 무덤처럼 쌓여있을 뿐이라는 작가가 전하려는 말을 시각이미지로 풀어낸 작품이다.

    또한 ‘허상과 실상’ 연작은 대부분 생활 중에 발견한 실재하는 이미지들을 뒤집거나 다른 것과 조합하여 전혀 다른 이미지로 반전시켜 놓는 작업들이다. 허공에 금붕어가 줄지어 다니거나, 기암괴석 설산에 비둘기 무리가 벽을 타듯 종종걸음이고, 물보라 위로 나비떼가 노니는 이미지들인데, 중국 여행지나 뉴욕 맨하탄 강가 등에서 담아왔던 이미지들을 뒤집어 초현실적인 가상세계처럼 착각하게 한다. 꿈처럼 스러질 허상을 실상이라 믿고, 허상이 아닌 실상을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치부하는 사람들의 인식세계에 대한 시각적 비틀기인 셈이다.

    이와 함께 사랑의 맹세나 약속들로 채워진 자물쇠들이 현수교와 만나 허망한 환상을 만들거나, 눅눅한 중국 어느 골목풍경에 나비가 겹쳐지기도 하는 <an illusion> 연작, 마른 모래구덩이 위로 나비가 나는 <그날>, 고택의 기와결이 강물결로 번져드는 회색빛 <시간여행>, 휘황한 도시타워 야경 아래 무더기로 쌓여가는 빈의자들을 대비시킨 <영원한 현재>, 거친 시멘트바닥 위 오아시스같은 한 뼘의 이끼와 이를 터전삼아 생명을 뻗어 올리는 잡초를 담은 <현실과 꿈>도 부질없는 허상을 실상으로 착각하고 집착하는 인간사의 풍자들이다.

    대부분의 작품들이 자아내는 은근한 은유와 풍자는 “나와 다른 상대적 존재들인 인간들과의 분쟁과, 우주의 중심에 걸맞는 즉신적 존재로서의 자기 위상을 위한 자기강화와 자기확장에 대한 집착증세”에 관한 얘기들이다. 이를 통해 “무엇이 허상이고 무엇이 실상인가?”를 묻고, 착각과 자기집착의 ‘깊은 숙면 속에 있는 인간 의식체계들에 노크’하는 작업들이다. 자기부정과 소멸 그리고 생성이라는 변증법적인 과정을 통해 ‘영원한 생명’을 조용한 어조로 설파하고 있는 것이다.



    ▲ 박상호 <변증법의 미>, 2014, 200x200x240cm





    ▲ 박상호 <허상과 실상3> / <꿈3>,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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