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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을 투영하는 태도 - 박성완 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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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4-08-28 20:27 조회8,06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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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광주미술문화연구소 연구원 고영재 큐레이터(광주롯데갤러리)[2013아시아문화예술활성화거점 프로그램 운영사업 결과보고서](2014. 2. 무돌마루사업단)에 실었던 지역작가 공간 크리틱중 일부입니다. 반년여 지나긴 했지만 여전히 의욕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광주 청년작가에 대한 객관적 조명이자 비평이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운영자 주)

     

     
    박성완 <2010 구도청 3> 2010, 캔버스에 유화, 253x136cm

      

    오늘을 투영하는 태도

    박성완 회화작업의 힘


    사진기 발명 이전에 문자나 그림이 담당했던 역할 중에 사고와 이미지의 전달 기능
    , 그 중에서도 그림은 특유의 독해성으로 인해 대중으로 하여금 당대의 사회 문화적 의식을 심어주기에 가장 적절한 수단으로 작용했다. 작자의 의도에 의해 전달된 내용은 일종의 메세지의 형용으로서 동시대적인 교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단순히 이미지의 산화가 아닌 시대의 사회상을 기록하고 비판하는 시각매체의 생명력은 현재에 이르러서도 유효하다.

    끊임없이 주변을 탐구하고, 빛과 색채로 점철된 회화 특유의 물성을 제시하는 박성완 작가의 작업에서 이러한 매체 본연의 힘을 발견한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가능성일 것이다. 인상주의적인 표현기법, 다분히 남도적 구상의 영향력이 돋보이는 작가의 작업은 지속적인 관찰에서 비롯된다.

    2012년에 열린 작가의 첫 개인전 주제는 <공사장 그림일기>이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건립공사현장을 다양한 프레임에서 기록했고,‘그림일기라는 표현에서도 드러나듯이 철저히 관찰자적인 시점에서 공사장 풍경을 담아냈다. 펜스로 둘러싸인 현장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 빛과 색채를 달리 한다. 작가가 오랜 시간 천착해온 사생력은, 시간의 가변성에도 불구하고 제법 안정감 있는 화폭을 구성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첫 작품전 이후 연이어 진행한 <풍경이>전 에서 보여준 3년 여 간의 사생기록, 그것은 외부세계에 대한 이해를 목적으로 단행한 회화적 표현력의 구축이다. 작가에게 있어 사생은 장식적 성향을 넘어서는 현재를 바라보기 위한 움직임의 과정에 다름 아니다.“일상의 소소한 기록에서부터 나아가, 내가 경험하는 사회문제의 공감으로 확장까지, 아직은 일상을 겨우 관찰하는 시야에 그치지만 성숙해 가는 만큼 더 많은 생각들 담아내고 싶다. 나의 직접성의 공력이 물성으로 기록되어 시각언어로써 많은 자아에게 말을 걸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작가의 변을 염두에 둘 때, 화폭의 표현력은 기법을 과시하는 것 이상의 우리의 이야기를 드러내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공사장 시리즈는 2미터 내외의 대형 작업이 주를 이루는데, 작가는 역사적 현장에서 펼쳐지는 국책사업, 그 특수한 상황이 내포하는 의미와 현재적 가치를 보다 스펙터클한 화면에 담아내고자 했다. 더불어 작가와 대상물 사이에는 일정한 거리감이 존재하는데, 대기를 둘러싼 공사현장의 아우라는 특별한 내러티브를 드러내지도, 또한 특정의 메세지를 표출하지도 않는다. 지금의 시점에서 이루어지는 진행형의 상황은 사뭇 건조한 시선에서 기록되고, 공간이 내포한 역사성은 그 담론이 무색할 만큼 일상적인 시간 안으로 편입된다. 대기의 변화에 의한 선연한 빛과 그림자, 회화적인 붓놀림은 이러한 관찰자적 시점과 대치를 이루며 기묘한 생명력을 발산한다. 작가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관람자는 화폭의 힘에 의해 실재적인 공간의 현존에 주목하게 되는데, 창작자가 기울인 주변에 대한 관심은 이차원의 회화 형식으로 재구축되어, 보는 이로 하여금 다양한 의문 부호를 품게 한다. 물론 실재하는 현상에 대한 감상자의 관점, 논점 따위를 배려한 선명한 문제제기의 부재는 아쉬운 부면이다. 작품의 숨겨진 의도보다 외면에 주목하게 하는 농익은 구상 화법 또한 더욱 날카로운 형식으로 변화해야 할 것이다.

    최근 들어 선보인 작품전 <동네 한 바퀴>에서는 세상살이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돋보인다. 무수한 인파로 북적이는 기차역 풍경, 하루 노동의 와중에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인부들, 동네 어귀에서 또래의 유희를 즐기는 어린 아이 무리, 늘어진 햇볕을 벗 삼아 삼삼오오 담소를 나누는 동네 할머니, 도심 속 공허하게 위치한 낡은 집의 대문 등, 종전의 사생 성향에 비해 서사적인 관점을 배가시킨다.

    지속되는 공사장 시리즈도 공간에 구체성을 부여하며 현장의 의미를 전달한다. 오늘의 노동이 시작되는 새벽녘의 공사장, 요란한 기계음이 들리는 듯한 골목길 풍경, 시린 공기 안에 위태롭게 자리 잡은 구도청의 모습, 공사장 펜스를 사이에 두고 일과를 마무리하는 인부들과 버스정류장의 군중 등, 작가는 무심히 지나쳐버리는 일상에서 작가와 감상자 간의 상호적인 교감을 이끌어낸다. 대상에 가하는 일련의 감정이입이 과하지도 혹은 부족하지도 않게 정결한 시점을 유지하는데, 이 부분은 이후의 작업 성향에 기대감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흔히 현실 반영의 태도에서 제기되는 메세지의 과잉, 강조는 오히려 대중적 공감을 저해하는 흐름으로 귀결되기도 한다. 창작의 제문제, 이를테면 미학, 형식, 내용 부면에 대한 문제제기를 보편적인 관점에서 파생시키지 못한 채, 결과적으로는 형식적인 매너리즘으로 치닿는 현상, 예술 안에서 오늘을 투영하려 하는 창작자는 이러한 한계상황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창작자가 그려내는 세상, 구체적으로 표현되는 일련의 상황은 그것이 예술적 형식에서 독립된 실체로서 드러나기 보다는 실제로 존재하는 현상 속에 완벽히 융화되어야 한다. 온전히 융화될 수 있도록 구체화하는 작업이 예술가의 몫이다. 풀어서 표현하자면 작가 주변을 에워싸는 하나의 세계는 얼핏 의미 없는 현상들로 이루어진듯 하나, 예술가는 그 현상들이 내포하는 혹은 숨겨진 본질을 체험 가능하게 하고 환기시키는 작업을 지속해야 한다.

    박성완 작가는 외부세계의 내적 표현, 또는 승화라는 예술의 전형성에 날 선 깊이감을 부여하기 위한 과정 중에 있다. 이 과정 안에서 진정한 보편성의 힘을 찾아가기를, 더불어 작가 자신의 사유의 깊이를 더해가며, 매체의 홍수 속에서 나름의 창작태도를 지키기 위한 고민의 과정, 그 과정이 가치 있는 흐름으로 지속되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_ 고영재(광주 롯데갤러리 큐레이터)



    박성완 <새벽 1> 2013, 53x33.1cm, oil on canv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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