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식히는 도심 속 '아트바캉스' > 전시비평/리뷰

본문 바로가기

전시비평/리뷰

Home > 남도미술소식 > 전시비평/리뷰
    전시비평/리뷰

    폭염 식히는 도심 속 '아트바캉스'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7-08-12 14:34 조회3,060회 댓글0건

    본문



    허달용 <담양에서-장마 I>, 2017, 한지에 수묵, 121x109cm. 전라도의여름, 광주롯데갤러리



    폭염식히는 도심 속 아트바캉스

     

    광주신세계갤러리 아트바캉스’ 2017.07.13-8.22

    광주롯데갤러리 전라도의 여름’ 2017.07.28-8.30

     

    예년에 비해 훨씬 뜨거워진 올해 여름, 경주가 39.7도를 기록하고 전라도에서도 광양이 38.4도로 치솟는 등 그야말로 불가마 속 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이쯤 되면 기상이변이 아닌 한반도의 기후대가 분명 변하고 있는 현상들일태고, 혹서기를 피하거나 아니면 맘껏 즐기는 지혜들이 필요해진다.

    관심을 모으는 피서법으로 이번 여름 광주에서는 미술작품들을 감상하면서 더위를 식히는 두 전시가 나란히 진행 중이다.

    먼저 피서지를 마련한 광주신세계갤러리는 전시제목도 아트바캉스-바람이라 붙여 기획의도를 분명히 하였다. 의미나 메시지를 머리 써서 생각할 필요 없이 그저 숲그늘 거닐듯 목덜미에 살랑거리는 바람결을 시각적으로 느껴보며 이미지를 즐기면 그만인 편안한 전시구성이다. “소나무 사이를 스쳐 부는 솔바람, 바다에서 불어오는 갯바람 등 다른 계절과 시간, 장소에서 만났던 바람을 전시장으로 옮겨왔다는 이 전시는 회화, 사진, 영상설치 등으로 작가마다 경험했던 바람들을 담아놓았다.

    라규채의 <Bamboo> 작품들은 이 연작의 특징대로 바람에 살랑이는 대숲의 비정형 이미지를 파스텔톤의 사진으로 그려내었다. 대숲의 요체라 할 쭉쭉 뻗은 대나무들이 들어오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대신 푸른 하늘, 아니면 깊이를 알 수 없는 대숲공간을 배경삼아 연두빛 이파리들이 꿈결처럼 몽롱하게 바람의 풍경을 번져내고 있다. “()의 끊임없는 진동이 가시적인 세계와 비가시적인 세계를 만들어 나간다. 연속된 진동 속에서 형상들이 나타나는 것이고, 보이는 물질은 보이지 않는 것들의 미세한 진동의 파장일 뿐이다.”는 그의 생각이 이미지로 드러내어진 것이다.


    라규채 <Bamboo #007>, 2008, 100×137cm, Digital C-print, 광주신세계갤러리

    박일구의 <Sound of the Waves> 연작도 너른 바다를 소재 삼아 잔잔히 생동하는 자연의 한 장을 펼쳐놓았다. 희뿌연 해무 속에 잠겨 파도의 일렁임마저 아스라이 잦아드는 새벽바다의 조용한 꿈틀거림을 단색조 적요의 이미지로 각색시켜낸 작업들이다. “다소 추상적인 사진 속의 자욱한 안개와 잔물결의 이미지가 바다라는 실마리를 제공해줄뿐 세상의 삶과 숨결도 이 음소거된 듯한 풍경 속에 녹아들어 있는 것이다.


    박일구 <Sound of the Waves 1>, 2017, 132×220cm, Pigment Ink on Canvas, 광주신세계갤러리

    임창민은 <ambiguous Scene> 연작으로 인공의 건축구조에서 일정 사각의 프레임에 담겨 내다보이는 자연의 풍경들을 포착해냈다. ‘서운만연瑞雲蔓延편액이 걸린 어느 서원의 서늘한 그늘의 기운과 뒤창으로 내다보이는 다른 기와지붕과 녹색숲의 풍경이 그림처럼 담겨져 있거나, 어느 대학가 건물 같은 단정한 공간의 계단 사이 창밖으로 가득 비쳐지는 녹색지대를 사진과 미디어영상을 결합해 예술과 자연생명을 이어놓았다. “수많은 발걸음과 시선이 머물렀던 장소에 창문을 통해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 영상을 정교하게 삽입시켜 끌어들인다. 모든 실내는 작가 자신이 담겨 있고 존재하는 신체의 은유이고, 창문은 눈의 은유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이남의 <신묵죽도> 미디어영상은 푸른 대나무 한 자락이 바람에 흔들리다 이내 눈이 내리고 댓가지와 이파리마다 소복이 내려앉은 눈과 대비되는 묵죽으로 변해가는 영상작품이다. 먹향 그윽한 옛 문인화와 현대의 디지털 미디어아트를 결합해서 여러 전시에서 연작으로 소개됐던 익숙한 작품이다. 박상화의 <무등 환타지아>도 최근 실험적인 작업을 계속하고 있는 수제 스크린을 입체공간으로 설치하고 영상을 투사하여 이미지의 숲속으로 거닐도록 연출한 작품이다. 무등산의 숲과 암록에 푸른 생명들이 물들어 퍼지고 꽃비 날리고 단풍으로 물들다 겨울바람 스치는 사계영상이다.


    이이남 <신묵죽도>, 2009, LED TV, 4분 / 박상화 <무등환타지아>, 2017, 영상설치, 광주신세계갤러리


    백화점 갤러리라는 같은 성격이어서 역시 산뜻하고 깔끔한 공간에서 미술피서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롯데갤러리
    전라도의 여름전시다. 원로작가와 청년작가, 지역과 외지 초대작가, 맑은 먹향과 화면 두툼한 유화까지 주로 회화작품들을 택해 피서공간을 연출했다. ‘산고수청(山高水淸), 전라도에 스미다라는 제목의 초대의 글에서 단순히 전라도의 여름 풍경전이기보다 지향점은 작품에서 드러내고자 하는 삶에 대한 애정과 사람을 대하는 따스함이다. 현재의 우리 삶과 삶터를 어떻게 해석하고 제시하는지를 가늠하면서 남도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작품들을 통해 마음으로 떠나는 청량한 피서가 되기를 바란다.”고 기획의도를 말한다.

    허달용의 <담양에서-장마> 연작은 뚝심 굵은 그의 먹빛 붓질만큼이나 물기가 흥건하다. 질펀하게 젖은 대숲 대이파리들을 농묵으로 짙게 풀어 올리고 흠뻑 젖은 습기에 빗줄기처럼 먹색들이 번져 흘러내리는 한 쌍의 수묵화다. 수묵 전통화법과 화제들을 시대감각을 곁들여 재해석해내고 대담하게 화폭에 파격과 시도를 이어가며 세상 해갈을 염원하는 최근 작업 중의 한 예다. 식영정 소나무나 어느 호숫가 수양버들도 먹의 기운과 농담을 달리하면서 자연 생명의 굵고 여린 울림들을 수묵으로 담아놓았다.

    송필용의 <명옥헌 물빛>들은 여름한철 폭염 속에 흐드러진 배롱나무의 찬란함보다 점점이 연못에 드리우고 물든 붉은 꽃들의 번짐을 두툼하면서 유려하게 흐르는 화필로 펼쳐내었다. 서로 짝을 이루듯 마주한 <월출산과 영산강>도 남도 들녘에 번지는 푸른 물길과 희게 솟아오른 준봉들이 시원하게 시야를 터주는 낯익은 화폭들이다.


    송필용 <담양 명옥헌의 물>, 2014, 캔버스에 유화, 112x194cm, 광주롯데갤러리

    아울러 옥색물빛 깊은 이현열의 <남도 시리즈>, 황토들녘 땅기운 실하게 머금은 윤건혁의 <전라도 풍경>, 일기 속 풍경처럼 생활 속에 늘상 접해왔던 정감어린 마을풍경 같은 이미경의 세밀히 묘사된 동네구멍가게 그림들, 성근 갈필과 깔깔한 먹빛들로 묵직하게 우려내는 조병연의 남도풍경들, 그리고 이번 전시에서 좀 유달라 보이지만 후배들과 자리를 함께 한 계산 장찬홍 화백의 전통 호남남화 형식 수묵산수와 선면화 등도 뜨겁고 격한 도시의 여름기운을 삭혀줄 감상작품들이다.


    장찬홍 <유현 幽玄> 2016, <아름다운 이 지구를(선면산수)> 2016, <장하강촌 長夏江村> 2017, 화선지에 먹, 광주롯데갤러리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 Copyright 2024 광주미술문화연구소 All Rights Reserved
    본 사이트의 이미지들은 게시자와 협의없이 임의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