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존-세계일화' 박정용 조각설치전 > 전시비평/리뷰

본문 바로가기

전시비평/리뷰

Home > 남도미술소식 > 전시비평/리뷰
    전시비평/리뷰

    '동존-세계일화' 박정용 조각설치전

    페이지 정보

    작성자 김허경 작성일18-08-23 12:07 조회1,806회 댓글0건

    본문

    박정용전.영산강문화관.180802-4.jpg

     

    동존-세계일화’- 박정용 조각설치전

    2018.08.02.-09.02 / 승촌동 영산강문화관

     

    존재에 대한 전언(傳言) : 동존(同存)-세계일화(世界一花)

     

    (도입부 생략)

    박정용의 조각전은 사물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드러나는가, 과연 사물에 대한 충분한 해석은 가능한가라는 이른바 하이데거의 사물개념에 대한 사유를 떠올리게 한다. 지금껏 박정용은 14번의 개인전을 거듭하면서 매번 새로운 재료와 물성 탐구에 대한 실험적인 방식을 시도해 왔다. 가령 자연석이라 할지라도 산돌, 들돌, 강돌, 바닷돌 등 서로 다른 지형에서 존재하는 돌들을 선택하거나 철, , 식물 등 자연적 또는 인공적인 사물을 꾸준히 탐색하였다. 이는 존재를 이해하기 위한 사물의 탐구라는 그의 작업 방식에 기인한다. 박정용은 물질세계에 있는 모든 구체적이며 개별적인 존재인 사물의 근원에 천착하여 존재론적 물음을 제기해 온 것이다.

    2008형상은 본질을 기억한다라는 명제를 내세운 개인전을 기점으로 박정용은 보다 구체적이고 근원적인 입장에서 자연과 사물()의 관계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지난 2016년부터는 일상적이며 사소한 사물적 차원에서 벗어나 사물이 지닌 상호유기적인 관계를 기저로 한 동존(同存)’의 개념을 진전시켰다.

    이번 전시명인 동존(同存)-세계일화(世界一花)’는 바로 동존의 확장된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반영하고 있을 뿐 아니라 존재에 대한 새로운 메시지를 제시하고 있다. 박정용은 동존을 두고 같은 공간과 시간 속에서 인연에 의해서 생성되고, 변화하고, 소멸해가는 자연의 순환적 질서이자 여정의 의미를 갖는다고 하였다. 박정용에게 동존은 자신의 삶이자 동시에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타자와의 관계맺음을 의미한다. 그가 꿈꾸는 동존-세계일화의 세계는 각각의 사물 그 자체를 펼쳐 보이는 열린 장이 된다. 그가 지향하는 것은 공동체--존재세계--존재의 표현이자 타자와 더불어 함께하는 삶에서 인간의 존재방식을 확인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물의 존재, 사물 그대로를 보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는 결국 서로 다른 사물의 펼쳐짐으로 발현된다.

    박정용전.영산강문화관.180802-1.jpg

    (중략)

    박정용은 작품을 제작함에 있어 물성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기 위하여 자신의 인위적인 개입을 최소화한 반면, 물성의 결합에서 오는 에너지의 힘을 최대화하였다. 박정용의 작업은 스스로 회복하는 자연의 자생력, 나아가 성장과 번성을 의미하는 생명력에 근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나무 형상의 기둥에서 새어 나오는 LED 조명은 바로 자연이 뿜어내는 생명 에너지를 상징한다.

    무엇보다 박정용이 사물적 차원의 탐구를 통해 펼쳐낸 생태학적 공간의 재현은 현대 사회의 급속한 발달로 인해 파괴되는 생태 순환의 불균형에 대한 우려를 내포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인간이 자연과 분리된 삶을 산다면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초래할 수 있음을 상기시킨다.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개체들이 스스로 홀로 존재할 수 없듯 박정용의 작업에서 자연, 사물의 관계는 분리되거나 결코 배제될 수 없는 까닭이기도 하다.

    박정용의 동존에 대한 사유는 만공(滿空) 선사의 세계일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세계일화는 당나라의 시인이자 남종화의 창시자 왕유(王維)가 쓴 세계일화 조종육엽(世界一花 祖宗六葉)’ 즉 세계는 한 송이 꽃이요 조사(祖師) 여섯 분은 꽃잎으로 피어있다는 구절에서 유래한다. 이는 한 송이의 꽃을 피우기 위해 조사 여섯 사람이 꽃잎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만공 선사는 1945년 해방을 맞이하여 무궁화 꽃망울을 먹물에 적셔 세계일화라고 휘호함으로써 그 의미를 널리 알린 장본인이다.

    박정용은 세계는 한 송이 꽃, 너와 내가 둘이 아니요, 산천초목이 둘이 아니요...”, 너와 나 우리 모두는 하나의 꽃이라는 만공선사의 가르침을 새기고 수행하고자 버려진 녹색칠판을 재사용하여 설문의 운율에 따라 세로로 쓰인 393자의 글자에 상응하는 393명의 웃는 얼굴조각을 대체하였다. 작가가 선택한 인간의 얼굴이야말로 몸의 표면에서 가장 많은 형태의 변화를 보이는 직접적인 동인(動因)이다. 박정용은 사물과의 관계를 탐색하고 이들이 만나는 지점에 모든 감각, 모든 존재를 인지할 수 있는 얼굴을 형상화하여 웃음꽃을 피워냈다. 세계일화를 꿈꾸는 393명의 인물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환하게 미소 짓거나. 파안대소하며 행복한 모습을 드러낸다.

    사물의 존재는 결코 독립적으로 파악될 수 없다. 항상 인간 존재와의 관계 속에서 파악되어야 한다. 박정용이 지향하는 동존의 세계 역시 일상적인 사물과 풍경을 특별하게 느끼며 맞닥뜨렸을 때 비로소 열린 공간으로 가시화된다. 만약 전시장에 펼쳐진 광경이 낯설게 느껴진다면 우리가 자연과 사물의 공속적인 관계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박정용에게 동시대 같은 시간 속에 공존하는 사물 중에 사라져가는 것들에서 인간 존재를 사유하고 생명 에너지의 회복을 방증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때문에 그는 인간중심적인 가치가 아닌 인간과 사물의 공존관계를 사유하고 스스로 그러한즉 자연의 존재방식을 고찰해 나간다. 이로서 박정용이 표방한 동존-세계일화는 나와 타자’, ‘의식과 세계의 갈라진 틈새에서 일어나는 어울림이며 시간과 공간을 포함한 사물의 총체적 경험이라 단언할 수 있다.

    일상 속에서 사물의 탐색을 통해 존재의 움직임을 포착하려는 그의 작업방식은 존재와 사물의 공속적인 간극을 좁혀나갈 뿐만 아니라 우리 삶에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킨다.

    - 김허경(미술비평)의 전시도록 글에서 발췌

    박정용전.영산강문화관.180802-2.jpg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 Copyright 2024 광주미술문화연구소 All Rights Reserved
    본 사이트의 이미지들은 게시자와 협의없이 임의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