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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돼지꿈 꾸는 날’ 송영학 임성희 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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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고영재 작성일19-01-07 18:21 조회1,35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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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영학 <비나이다-복덕>, 2018. 실크양단에 수간채색,금박(왼쪽) / 임성희 <겨울밤>, 2014, 캔버스에 아크릴릭 (오른쪽)

     

     

     돼지꿈 꾸는 날송영학 임성희

    2018. 01.11-01.30 / 광주 롯데갤러리

     

    한 해의 시작점에는 온갖 기복(祈福)의 형태들이 넘쳐난다. 새해의 복을 비는 그 마음 속에는 건강에 대한 염원, 가족의 안위, 내면의 평안, 의식주의 필요를 비롯하여 그 필요 너머의 삶에 대한 강한 욕망까지 내재된다. 여전히 먹고 사는 문제가 화두인 시대이지만, 사람이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데 수반되는 다양한 바람과 욕구는 일상의 행복을 전제로 한 소소함, 때로는 더 큰 무엇을 얻기 위한 또는 되기 위한 간절한 욕망으로 점철되기도 한다. 이 모두는 삶의 에너지로 치환되어 우리 의 매 순간을 보다 활기차게 만들어 준다. 롯데갤러리는 그러한 에너지를 투영할 수 있는 화폭들로 새해를 맞이한다. 2019년 기해년(己亥年) 새해는 황금돼지의 해이다. 언급한 생에 대한 욕망 혹은 잘 살아보자는 만고불변의 화두에 가장 잘 어울리는 상징은 역시 돼지일 것이다.

    신년기획전시<돼지꿈 꾸는 날>은 이러한 돼지를 주제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자리이다. 송영학, 임성희 작가가 참여한 본 전시는 새해의 복을 비는 세화의 형식에서 더 나아가, 돼지라는 상징물을 통해 우리 삶을 보다 근거리에서 바라보기 위한 의도이다.

    십이지의 열두 번째 동물인 돼지는 예로부터 제의의 제물로 쓰여 신통력을 지닌 동물로 간주되기도 했고, 흔히 알려진 것처럼 세속적 복의 근원이자 재신(財神)의 상징이기도 하다. 어느 십이지 동물보다 많은 재물을 불러올 것만 같은 돼지는 그 외양과 성정에서 탐욕과 게으름, 우둔함으로 묘사되기도 하여 서로 모순되는 성질을 지닌다. 어찌 보면 인간사의 양극단을 가장 잘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 초대된 두 작가는 동물이 지니는 상징성을 통해 생각할 만한 여지가 있는 물음들을 던져왔다. 단순히 동물의 의인화가 아닌 그 대상이 담보하는 서사를 통해 작품을 접하는 이들로 하여금 교감과 소통을 꾀하고자 했다.

    12지 방위신의 형상을 의인화함으로써 현대인의 소외와 공허, 자기애, 욕망 등을 표현해 온 송영학은 이번 전시에서 기도 시리즈를 선보인다. 작품에 주로 등장하는 기도의 형태인 합장은 가슴 앞에 두 손을 마주 대고 기복을 비는 행위이다. 두 손이 합쳐진 상태로는 싸움이 있을 수 없으며, 작가는 이러한 다툼이 없는 무쟁(無爭)을 기원, 새해의 기복 행위 이상의 평화와 사랑이 충만한 한 해가 되기를 염원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흉상의 형태로 자리한 돼지는 주로 정면으로 시선을 응시하고 있는데, 작가는 눈동자와 시선 처리에 집중하며 관람자에게 간절한 마음을 전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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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돼지라는 상징적 소재를 통해 인간의 욕망을 다뤄 온 임성희는 이번 전시에서 행복하고 보다 자유로운 돼지를 보여준다. 인간사의 온갖 욕망을 유머와 위트로써 해학적으로 표현해 온 임성희는 욕망을 단순히 비판의 대상이 아닌 극복해야 하는 혹은 오롯이 끌어 안아야 하는 생의 에너지로 간주해 왔다. 근작의 돼지는 작가의 일상을 반영한 듯 하나같이 사랑스럽고 행복한 모습이다.

    임성희는 아이를 키우면서 체감하게 된 모성애와 아이와 같은 자유로움, 순수함을 작품 안에 담고자 했는데, 달항아리에 그려진 낙서와 같은 드로잉, 가족들끼리 서로 체온을 나누며 바라보는 달, 광대한 우주를 혹은 밤하늘을 자유롭게 유영하며 꿈 꾸는 해맑은 돼지에서 행복감과 평온한 휴식이 느껴진다. 많은 것을 꿈 꾸고 바라는 새해이지만 어느 때보다 일상에서 충만함과 사랑을 찾을 수 있기를 작가는 기원한다.           

    우리가 항상 상서롭게 느끼는 돼지꿈은 사람살이의 다채로운 욕구들이 무의식 중에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고, 재미 있게도 반복되는 일상에 일말의 희망을 던져주기도 한다. 무수한 희망들이 모여 끝 없는 욕망이 되기도 하고, 그 욕망을 터부시하다가 체념하기도 하고,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티다가 일년 열두 달이 지나간다. 그러나 그러한 시간들이 마냥 헛헛하고 무의미한 것은 아닐 게다. 두 작가가 돼지라는 동물을 통해서 제시하는 것은 무엇보다 우리가 찾을 수 있는 소중한 삶의 가치이다. 2019년 황금돼지의 해, 사람살이의 순수한 민낯을 보여주는 돼지를 통해 다양한 삶의 단편을 느끼고 잠시나마 행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 고영재 (광주 롯데갤러리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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