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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의 창’에 담긴 절제와 함축; 조근호의 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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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9-04-26 13:26 조회1,46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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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의 창에 담긴 절제와 함축; 조근호의 회화

    2019. 04. 24 05. 04 / 예술공간 집

     

    언젠가 꽤 이름 있는 전시기획자가 그를 만나보고 참 맑은 사람이라 했다.

    80년대 후반의 변혁세대였던 조근호는 등단 초기 한 때 억압된 형상을 탈피하여 자유로운 즉흥행위 흔적과 재료의 가변성을 시험하던 비정형추상회화 작업들에 몰입한 적도 있었고, 그 거친 호흡을 삭혀낸 함축적 심상화들, 다시 이를 풀어버린 굵은 붓질로 자연풍광이나 도시 그늘을 그리기도 했다.

    그렇다고 화실을 아지트 삼아 자기 그림만 파고 있었던 건 아니고 동료 청년작가들과 더불어 93년과 94년 두 번에 걸쳐 광주 예술의 거리와 광주천 일원에 광주미술제를 펼쳐 내기도 하고, 황금동 미용실에 SAA 멤버들과 함께 장소특정형 현장작품들을 꾸몄던 것이 계기가 되어서 2004년 광주비엔날레 주제전에 미용실 부스를 설치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도시 일상의 현장 속에서 소통과 참여를 확장하고자 하던 활동들을 진행하던 중에 역시 그의 작가적 체질은 차분하게 내적으로 몰입하는 회화작업이라 느꼈던지 다시 자연풍광이나 도시의 일상을 흐릿 몽롱하면서도 단순하지만 서정이 담긴 화면으로 그려내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오랫동안 예술의 거리에 작업실을 두고 매일 같이 창을 통해 접했던 도시의 하루하루이자 작가의 마음의 창에 담긴 세상풍경을 정갈한 색면회화로 단순 집약시켜낸 최근 2년여 간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조근호는 작가노트에서 “‘도시의 창은 나와 타인 간의 관계나 생각의 다양함 속에 나타나는 현대 도시인들의 각기 다른 삶의 언어들이 작품 속 창을 통해 서로 다른 두 공간의 상황으로 나타나배경이 빠지고 창만 클로즈업 되거나 창을 빼고 배경만 클로즈업 될 때도 있다.”고 말한다.

    화면을 색면으로 단순화하는 건 자칫 단조롭고 얇아 보일 수 있다. 실제로 그런 우려가 든 적도 있었다. 그런 경험들 때문인지 너무 말끔한 색면분할보다는 마스킹 테이프로 색면 윤곽을 잡아주더라도 날카롭게 경계가 지어지는 것을 피하고, 한 색면 안에서도 비슷한 톤의 다른 색조가 결을 이뤄 잔잔한 변화를 만들어주거나 회화적인 붓작업의 맛을 곁들여 두툼한 깊이를 우려낸다.

    청춘시절부터 이제 회갑이 되기까지 오직 그림 하나만을 붙들고 화폭의 여러 경로를 탐색해 왔던 이력이 그의 내면에 축적된 실질적인 자산일 것이다. 40여년 작업의 수많은 시도와 경험들을 토대로 군더더기를 털어낸 정갈한 화면을 다듬어 내면서도 기계적이고 차가운 단순화나 표피적인 색면이 아닌, 붓으로 녹여낸 정감과 산뜻하면서도 은근한 색감의 생활에세이 같은 작품들을 내놓았다.

    절제와 함축.. 조근호의 이번 도시의 창그림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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