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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색다른 풍경으로 펼쳐진 하정웅청년작가초대전- 빛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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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대숲바람 작성일07-07-14 18:58 조회9,50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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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로 일곱번째를 맞는 하정웅청년작가초대전 '빛2007'이 지난 7월 5일부터 오는 8월 5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에서 1층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광주 서울 대구 전주 제주 등 지역별 큐레이터들에 의해 선정된 윤남웅 박영균 차규선 문지웅 허문희 등 다섯작가들의 각기 독특한 시각과 색채로 펼쳐낸 풍경들이 넓직한 공간들로 나뉘어 소개되고 있다.

    광주의 윤남웅은 그 특유의 수더분하고 텁텁한 막걸리같은 어투로 생활 속 이야기들을 독특한 방식의 묵필작업으로 풀어내고 있는데, 그동안 선보였던 <바람 놀다> <국밥> <초복도>등 일부 작업들과 함께 마치 시골장터를 재현하듯 가운데 점방을 중심으로 이것 저것 생선상자 화판이나 그림형태따라 오려진 정겨운 소재들로 공간을 꾸몄다. 이와 함께 소박한 시골 삶과 장터 주변의 정겨운 풍경들을 찾아 <빨간물통> <MISS LEE>같은 사람사는 얘기들, 그리고 환경문제를 적나라하게 비춰낸 <관방천지곡> <산수> 등등을 전시실 가득 펼쳐 놓았다.

    털털 걸죽한 윤남웅의 사람살이 풍경과 달리 전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문지웅의 인물들은 현대인들의 정신적 고뇌와 본능적 욕망의 탐닉을 다루고 있는데, 거칠고 빠른 붓질들을 훑고 흘러내리고 겹쳐가며 일그러진 형상들로 묘사한 <머리연구> <The Man 연작> <받들어 X> 등 인물을 통해 현대인의 삶의 풍경을 드러내면서 중국의 연변 심양 북경 등지를 전전하며 화법을 닦어온 독특한 회화들이 눈길을 끈다. 

    경주출신으로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영균은 그가 줄곧 견지해 온 현실주의 참여미술의 연장선에서 분단 한국의 현재를 굵고 메마른 붓질로 그려낸 <설날의 임진각>(1995) <광화문2(중앙청이 헐리고)> <광화문 1(비자를 받기위해 줄을 선 사람들)>(이상 1996)과, 서구 유명작품을 만화 소재로 패러디한 <자유를 이끄는 카우보이> <자본주의를 이끄는 여신상>, 그리고 <2007년 4월 대추리> 등 현실풍자적인 시대의 풍경들을 다양한 표현형식으로 다루고 있다. 이와 함께 6월 항쟁과 2002한일월드컵 당시의 거대한 군중의 물결과 함성을 대비시킨 영상작품도 소개하고 있다. 

    같은 풍경을 다루지만 박영규에 비해 차규선의 작품들은 화폭 위에 그림을 그려낸다기보다 반대로 분토를 입히거나 뿌린 바탕을 긁어내는 방식으로 요란 잡다한 일상 삶 너머의 차분한 자연풍경 연작을 보여준다. 특별한 명소가 아닌 생활 주변에 둘러서 있는 풍경들을 간결한 획과 담담한 시각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바람결에 흔들거리는 키 껀정한 나무들과 그들의 방식대로 생장을 거듭하는 잡풀들을 특별한 가감이나 변형없이, 마치 거꾸로 뒤집어 본 수묵화처럼 묘사해내고 있다. 

    현실과 일정한 관계 사이에서 작가의 시각과 의식들이 담겨지고 있는 다른 작가들과 달리 제주의 허문희 그림들은 상상과 은유와 시어들로 소근거리듯 다가온다. '선천성 그리움' '나의 주홍빛 소파' '꿈' '즐거운 상상' '자기만의 방' '마지막 비상'같은 제목들에서 암시하듯 감성풍부한 작가의 내면에 비춰진 삶의 풍경과 단편과 독백들이 판화와 회화, 입체그림 등의 형식으로 풀어내지면서 전시실 가득 잔잔한 시각언어들로 수놓아지고 있다.

    2001년에 시작된 하정웅청년작가초대전은 광주시립미술관의 명예관장이자 유명 콜렉터이며 메세나활동가이기도 한 재일교포 사업가 하정웅씨의 창작활동 지원 뜻을 실현하기 위한 연례 기획전으로, 각 지역에서 독자적인 창작세계를 펼쳐가고 있는 청년작가들을 매년 5~6명씩 초대하여 꾸며지고 있는 광주시립미술관의 중요한 기획전 중의 하나이다.
     
    - 조인호(미술사,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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