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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른아홉번째 오월광주의 미술행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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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조인호 작성일19-05-30 16:28 조회1,70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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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 민미협의 제31회 오월전 '빨간 메아리'(은암미술관)

     

    서른아홉번째 오월광주의 미술행사들

    광주민미협 오월전, 김봉준 붓굿, 김우성의 시대풍자, 100인 릴레이아트 등

     

    5월이 간다. 아픔과 감사와 갈등들 속에서 또 서른아홉 번째 오월이 뜨거운 유월로 옮겨가고 있다. 생채기를 안고 사는 시민들은 물론 광주를 기억하는 국내외 많은 이들에게 가장 의미 깊은 광주의 계절이 된 오월. 올해도 어김없이 크고 작은 추모행사와 기념 문화현장들이 펼쳐졌다.

    광주의 오월현장을 상징하는 정기행사 중 오월전은 자타가 인정하는 오월문화 지킴이다. 광주민족미술인협의회가 주관한 이 전시는 올해로 31회를 맞아 도심 은암미술관에서 빨간 메아리’(5.14~5.28, 은암미술관)라는 제목으로 주로 회원전이었던 여느 해와 달리 이번에는 광주와 전남북, 경남, 제주지역까지 정치·사회적 현실에 미술어법으로 대응하는 47명의 작가를 초대하였다.

    기획자인 노주일 사무국장은 우리 국민들은 평생 레드 콤플렉스라는 색깔공포증에 시달려왔다부당한 권력에 맞선 저항정신, 모두가 평등하고 존중받는 대동세상, 삶의 가치가 풍요롭게 넘실거리는 세상을 그려내는 일우리의 삶과 정신 속에 기생해 온 빨갱이문화 청산을 위해, 예술가에게 생명과도 같은 사상과 표현의 완전한 자유를 위해 아름다웠던 그날의 외침에 응답하자고 쓰고 있다.

    광주민미협 회장인 박태규는 망언과 왜곡이 난무하는 세상의 어둠을 뚫고 혼불처럼 나아가는 붉은 횃불을 그려냈고, 김희상은 붉은 독방에 쭈그려 앉은 나한 같은 민초의 모습을, 정희승은 근로현장에서 절명한 20대 기간제 청년의 유품인 때국 흐르는 컵라면을, 김화순은 DJ-노무현-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일·김정은으로 대를 잇는 남북 정상들이 백두산 천지 상공에서 밝게 웃으며 함께 원무를 즐기는 모습을, 이상호는 세상 사람들의 수많은 의지들의 상징인 화살표들이 첩첩으로 쌓여진 사이로 허공에 발길을 내는 계단의 형상을 표현하였다. 이 전시는 그 의미와 작품성을 두루 더 나누기 위해 28일 전시종료 후 나주 동신대박물관 전시실로 옮겨 이동전으로 연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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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 민미협의 오월전 '빨간 메아리'에서 박태규, 김화순, 정희승 작품

    이와 함께 민미협이 오월전의 특별전 형태로 기획한 양림미술관의 ·전시회(5.10~5.26)는 주로 80년대 이후 민중민족미술 한길을 치열하고도 묵묵히 형상화시켜 온 광주 민미협 회원들의 이전 작업 중 되새길만한 작품들을 위주로 구성되었다. 광주민미협 전임 회장이었던 조정태가 기획한 이 전시는 최근 10여년 새 우리사회 부침과 삶의 질곡을 되비춰보는 장이라고도 할 수 있다. 민주광장 분수대에 성화대처럼 타오르는 저항의 횃불과 광화문을 넘어 청와대까지 넘실대는 촛불의 기운을 담아낸 김화순, 장막처럼 드리워진 어둠 앞에 비감한 표정으로 눈감고 상념에 젖은 정희승의 자화상, 계엄군 조준사격 총구 위로 날아가는 한 마리 노란나비 박태규, 지프에 올라탄 시민군들의 진군 앞에 헌화처럼 피어오른 한 떨기 은방울꽃의 김희련, 오물을 뒤집어쓰고 짓밟혀 구겨진 박철우의 태극기, 으깨진 시민군의 두상 뒤로 귀퉁이부터 타들어가고 있는 3·1독립선언서가 필사된 검은 태극기의 조정태, 욕망의 장막 안에서 침몰돼가는 세월호를 관망하는 두 머리를 가진 국정농단의 메두사를 그린 임남진, 주남마을 맥없는 주검들의 역사와 현재가 중첩된 흑백현장의 최병진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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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민미협의 오월 특별전 '한길'(양림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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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 민미협 오월 특별전 '한길'에서 김화순, 박철우, 김희련 작품

    5월 세상풍경으로 비교적 일찍 오월 전시를 연 김우성의 황혼에서 새벽까지’(5.4~6.2)는 갤러리27번가의 넓은 치킨호프집 공간을 벽화처럼 채워주었다. 일제하 독립운동과 고공농성과 아파트담보대출이 뒤섞이고, 군사정권의 망령들과 태극기부대와 노숙자와 기관원들이 뒤섞이는가 하면, 성접대와 캐쉬대출 광고와 탐욕의 여신이 뒤섞인 시대풍자화들이다. 맞은편 벽의 대형 흑백그림은 금융과 석유와 군사력 등의 막대한 자본과 물리력으로 세계를 조종하는 아메리카 묵시록이다. 이전의 치밀한 사실기법의 삶의 풍속 묘사나 정겨움 대신 팝아트요소를 차용한 풍자화 형태로 정치사회적 이슈를 통렬하게 펼쳐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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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성 개인전 '황혼에서 새벽까지'(갤러리 27번가)

    광주 오월문화의 아지트와도 같은 메이홀에서 기획한 김봉준의 신작전 춤추는 붓굿’(5.8-5.31)도 주목받은 전시다. 80년대 목판화와 민중민족미술의 선두대열에 섰던 작가의 광주 첫 개인전이라는 의미만큼이나 그동안 정치·사회 현실에 대응하는 시사적 주제의 40여년 작품들과 관련 활동자료들을 함께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특히 평화와 통일의 염원을 담은 전투적인 형상들과 더불어 남북이 한 형제로 함께 어머니의 젖을 빨고 있는 모심이 평화글과 목판화, 탈춤과 신화와 민족혼을 결합해서 맞두놀이로 그려낸 거친 회화, 이번 전시에 맞춰 발굴유해 형상과 집단 희생자들 시신의 일부, 시위 중인 시민군들, 촛불, 철조망들을 기도하는 부모의 형상과 함께 설치미술로 펼쳐놓아 비장함 속에서도 따뜻한 휴머니티를 교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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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봉준 신작전 '오월의 붓굿'(메이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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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봉준 '오월의 붓굿' 작품들 (메이홀)

    5·18항쟁의 주요 현장터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도 오월 관련 전시회가 열렸다. 호랑가시나무창작소가 주관한 각자의 시각’(5.16-5.30) 전시인데, "지금 우린 그날의 오월, 저너머에 서있다. 그날 그들은 시간의 저 너머에 무엇을 보았을까.."라고 서문을 열고 있다. 5·18 40주년을 준비하는 28인 영호남 작가들의 3년 프로젝트의 한 장이다. 영남에서 11, 광주 쪽에서 17인인 참여한 이 전시는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미국식 영웅 람보의 기관총 난사 사진들이 낡은 선풍기 바람 앞에 매달려 털털거리는 반복음으로 총성을 만들어낸다. 이이남이 여느 때의 미디어아트와 달리 생활폐품만으로 시사적인 주제를 표현해 놓은 설치물이다. 전두환의 전재산 29만원 예금통장을 실제 통장모양과 천원 지폐로 벽을 채워 패러디한 서법현, 색색의 안료들이 폭발하듯 퍼지는 비정형 추상에 5·18 당시 사진들을 오버랩시킨 신도원, 주요 연작인 음식산수대신 현실인 듯 피안인 듯 뭉개구름 사이에 자리한 흑백의 광주 도심과 비단천 두른 모습으로 무등산을 표현한 하루.K, 단색 네온피스로 비좁고 긴 역사의 문을 밝힌 권승찬 등의 작품은 평상시와는 다른 표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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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호남 작가 28인의 '각자의 시선'(국립아시아문화전당 창조원6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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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호남 작가들의 '각자의 시선'에서 이이남, 최병진, 하루.K 작품

    한편으로 5·18민주광장에서 아무 관제 지원 없이 자발적으로 판을 벌린 ‘100인 릴레이 아트도 작가와 시민들이 함께 하는 중요한 오월 현장행사다. 2014년부터 매년 오월 분수대 광장 거리예술제로 펼쳐지는 이 행사는 올해 여섯 번째를 자칫 중단할 뻔 했으나 작가와 시민들의 의지와 동참으로 더 뜻깊은 장을 만들어냈다. 520일과 27일 두 차례 벌린 이 자리에는 성완경·김봉준·홍성담·이상호를 비롯한 전국의 화가, 웹툰작가, 미디어아티스트, 가수, 연주자, 무용인, 일반 시민들이 동참하여 각자가 경험하고 생각하는 오월과 현시대를 그림과 글과 몸짓과 연주로 표현해냈다. 기획자인 주홍은 모이고 그리고 음향설치를 하고 주먹법과 김치·홍어를 만들어와 나누고 뒷정리를 말끔히 마무리하는 그 자발성에서 대동세상과 광주 시민정신의 힘을 보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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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8민주광장에서 펼쳐진 '100인 릴레이아트' 현장(주홍 사진)

    이밖에도 소촌아트팩토리에서는 허달용의 이전 수묵화 발표작들로 꾸민 ‘Black&White’(5.14-5.29)가 있었고, 동구청의 오월인문학 강좌에서는 522일에 미술사가 조인호의 ‘5·18과 저항미술강의로 시민들과 함께 하였다.

     

     

     

    - 조인호 (광주미술문화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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