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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료의 층위로 중첩시킨 원초성과 시간성- 임병중 판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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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대숲바람 작성일07-08-06 14:36 조회8,94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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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업기부터 일관되게 판화로 독자적 예술세계를 다져가고 있는 임병중의 열한번째 개인전이 8월 9일(목)부터 15일까지 광주 신세계갤러리에서 열린다.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와 동 대학원에서 판화를 전공하고 1991년 광주에서 첫 개인전을 가진 이래 남양주, 서울, 청주, 창원 등지에서 열번의 개인전과 4번의 2인전 외에 여러 국내외 판화 전시회에 참여해 왔다. 이번 전시는 'Totemism이라는 주제아래 고대 암각화나 고분벽화의 상징적 도상을 주 소재로 차용하고 천연기름과 약간의 흙을 섞어 세월의 깊이를 우려낸 잉크로 떠낸 목판화 연작을 발표한다. 이번 전시 카달로그의 서문으로 쓰여진 김승환 교수(조선대, 미학)의 평문 일부를 통해 작품세계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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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테미즘 : '역사' 혹은 '시간'의 시각화

    ...소년시절부터 역사에 관심이 많았던 판화가 임병중은 선사시대의 암각화와 고구려 벽화의 이미지에서 작품의 모티브를 끌어내었다. 그런 연유로 그의 목판화에는 낯익은 이미지들- 여러 종류의 고래, 고깃배와 노젓는 사람들, 다양한 가축, 주몽으로 유명해진 삼족오, 춤추는 여인들과 기마병 등-이 보인다. 고대인들의 원초적 욕망의 기록인 이러한 벽화를 통해 작가는 하이테크놀러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과연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일까? 예술의 기원설 중에 하나가 주술이었다는 점에 비추어 보건데, 작가는 양상만 달라졌을뿐 생존을 위한 치열한 경쟁이라는 본질에는 변함이 없는 그런 현대의 원시림 속에서 문명으로 포장한 폭력성과 야만성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주술이라도 걸고 있는 것일까?

    우직한 주술사 임병중은 매일 아침 여덟시부터 저녁 여덟시까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자신의 작업장에서 '시간의 시각화'를 위해 판화와 씨름한다. 마치 연금술사처럼 작가는 자신의 목표를 향해 끊임없는 실험을 행한다. 그러한 작가의 노력의 결실은 두가지 방식으로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목판화는 이미지가 완성되어감에 따라 하나의 목판이 점차 깎여 소멸해 가는데 반해, 임병중은 깎여진 목판 위에 고무성분이 가미된 실리콘을 올리고 그 위에 새로운 이미지를 나이프로 재생하는 과정을 통해 전체적으로 음각과 양각의 효과를 동시에 얻어내게 되었다. 

    또다른 결실은 이미지를 찍어내는 기름에 대한 실험을 통해서이다. 다양한 천연기름의 사용은 예상하지 못한 '이미지의 정착'과 그에 따른 새로운 질감의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5회 내지 8회의 프레스 작업에도 불구하고 10도 이상의 풍부한 색채 느낌을 얻게 되었다. 또한 안료에 적절한 양의 흙을 가미함으로써 고대벽화에서 느낄 수 있는 시간의 층을 암시할 수 있게 되었다. 

    판화가 임병중은 지난한 노동과 치밀한 작업과정을 통해 '시간의 시각화'를 성공적으로 달성했다. '새기기-소멸-올리기-그리기-재생'이라는 판화작업 과정 자체가 시간을 암시할 뿐만 아니라 실험적 기름사용은 두터운 시간의 켜를 가시화한다. 이러한 시간의 시각화는 거친 질감을 통해 우리의 촉각까지 자극한다. 더욱이 천연기름이 발산하는 냄새는 시간의 후각화라는 새로운 감각의 차원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결국 임병중은 주술을 통해 우리의 잠들어 있던 원초적인 감각을 깨우고 고대로의 긴 시간여행을 떠나게 한다.

    - 김승환(조선대학교 미술대학 교수)

    광주신세계갤러리  062-360-1630
    임병중 062-222-2509  /  018-601-8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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