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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탱화형식으로 펼쳐낸 우리 시대의 만화경 - 임남진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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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대숲바람 작성일07-10-27 12:19 조회9,51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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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살이에 곤란 없기를 바라지 마라. 세상살이에 곤란이 없으면 업신여기는 마음과 사치한 마음이 생기나니 근심과 곤란으로써 세상을 살아가라 하셨느니라.


     일을 꾀하되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마라. 일이 쉽게 되면 뜻을 경솔한데 두게 되나니 여러 겹을 겪어서 일을 성취하라”


     - 보왕삼매론 중에서



    불교의 감로탱화 형식을 빌어 세상의 역사와 삶의 구석구석을 비춰내는 임남진이 좋아하는 불교 경전의 한 대목이다. 임남진은 지난 10월 18일부터 24일까지 ‘영혼의 여정’이라는 타이틀로 광주 롯데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가졌다. 마치 지장보살의 만화경에 비춰진 세상살이와 업을 그림으로 옮겨 엮어내듯 그녀의 회화세계는 세상과 인생에 대한 냉철하고 따뜻한 시선과 애정이 짙게 배어 있으면서 소재가 주는 비장함과 처절함, 진솔하면서도 애틋함이 함께 묻어난다.


    특별히 불교도도 아니고 서양화를 전공했던 작가가 전통 감로탱화의 형식을 주로 차용하고 있는 것은 고려불화 특별전에서 경험한 전율에 가까운 감동에서 비롯된 것이다. “치밀한 밑그림, 섬세한 선묘, 은근하게 우러나오는 색채의 미감 등... 그것은 완벽한 하나의 세계였다. 모든 것이 감탄 그 자체였고...그림 앞에 엄숙해”지게 되었다 한다.


    ’90년대 중반 이후 줄곧 현실주의 참여미술 쪽에서 활동해 온 작가에게 우리의 전통 탱화는 그녀가 서술해내고 싶은 회화적 형식과 내용을 풀어나가는 실마리를 찾게 해 주었고, 특히 인생사를 객관적이고 비평적인 관점에서 묘사해내는 감로탱화의 형식이 그녀가 지향하는 회화관과 잘 맞아떨어졌던 셈이다. 전통적 회화형식에 자기시대의 역사와 생생한 일상소재를 작가의 현실주의 시각을 결합하여 민족문화의 뿌리 위에서 실체성을 명확히 드러내는 독자적 회화세계를 모색해 온 셈이다.


    이번에 선 보인 작품은 대부분 폭 2m 이상을 넘나드는 대작들과 함께 소품 몇 점을 곁들였다. 이 가운데 제작연대가 가장 이른 <떠도는 어린 넋들을 위하여>(1998)는 육환장을 짚고 선 지장보살과 주변 구름무더기 속에 노니는 천진스런 아이들의 상단모습 아래로 어린 영혼을 기리는 제상이 중앙부분에 놓이고 그 주변과 하단에 아이의 출산과 양육과 가정사와 낙태와 사고 등등의 세상 일들이 각각의 얘기별로 무리를 지어 구성되어 있다.


    또한 광주 5ㆍ18민중항쟁 20주년 되던 해에 그린 <떠도는 넋들을 위하여>(2000)는 당시 전남도청앞 분수대를 중심으로 시민군과 계엄군의 갖가지 역사적 실상들이 고무적인 부분과 처절하고 비통한 부분으로 대비되어 묘사되면서 화면상단에는 역시 제상 위로 칠불과 보살들이 무등산을 배경으로 내려다보고 있다.


    그런가 하면 <시간의 저편>(2001) <취생몽사 醉生夢死>(2002) <풍속도Ⅰ>(2005) <풍속도Ⅱ>2006) <풍속도Ⅲ>(2007) 등은 말 그대로 이 시대의 풍속도로 연민과 웃음과 안타까움들이 묻어나는 온갖 삶의 일상들이 섬세한 선묘의 인물군들의 모습으로 펼쳐진 대작들이다. 특히, 풍속도 연작은 이 시대 사람들의 있는 그대로의 일상과 애환과 희비와 잡다한 삶의 단편들이 가감 없이 묘사되면서 거기에 불화적인 요소들이 곁들여져 임남진의 회화작업과 세상에 대한 시각과 의식과 감성을 그대로 드러내 주는 작품들이다.  

     

    임남진 작품에는 전체적으로 현실주의적 관점과 함께 회화적 치성과 공양을 통해 상처와 업보와 아픔들을 치유하고 구원으로 이르게 하고픈 바램이 담겨져 있다. 실제 작가는 “감로탱화에서 나타난 여러 가지 죄업은 우리들의 모든 현실행위를 반영하고 있는 우리들의 자화상이 아니가 싶다. 그래서 그 어리석고 외로운 영혼들을 붓끝으로나마 감싸 안고 싶은 것이다”라고 말한다. “모든 예술은 인간을 위한 배려와 수단이어야 한다”는 그녀의 예술관이 비통과 일그러진 이 시대의 현상을 넘어 보다 가슴 따뜻하고 정화된 연꽃세상을 넓혀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작가 임남진은 1995년 조선대학교 미대 회화과를 졸업한 뒤 [우리 하늘, 우리 땅](96, 광주 금남로) [광주통일미술제](97, 광주 망월동) [광주전남미술인공동체 창립10주년전](98, 광주 시립미술관 교육홍보관) [영호남민족미술교류전](99,광주, 대구, 목포, 울산) [JALLA](00, 일본 도쿄) [4.3미술제](01.제주) [젊은 예술가의 초상](02, 광주 신세계) [전국 민족미술전-소통과 연대](05, 광주 5ㆍ18기념재단) [예술-여성의 힘](05, 광주 조선대미술관) [코리아 통일미술전](06, 광주시립미술관) [투영-한국현대미술전](06, 대만국립미술관) [인큐베이팅사업보고전](07, 광주 구 전남도청) [온고이지신-잃어버린 퍼즐 찾기](07, 대전시립미술관) 등의 전시에 참여하였으며, [대한민국불교미술대전] 특선(98)과 [제4회 신세계미술제] 장려상(01) 등을 수상하였다.

    현재는 전국민족미술인연합, 광주민족미술인협회,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L.M.N 등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연락처 : 010-6613-0405   e-mail iebaji@hanmail.net


    - 조인호(운영자, 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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