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의 창작활동 지원방향 페이지 정보 작성자 조인호 작성일08-02-06 16:10 조회3,771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살아 숨쉬게 하는 모든 정치, 사회, 경제, 교육 등등의 활동들이 그렇듯이 예술창작 또한 그 제작과정과 결실, 공유 가치는 사회 공동의 것이다. 오늘날 예술이라 말하는 행위와 결과물들이 어떤 의미와 가치를 부여받느냐는 인류사의 흐름에 따라 약간씩 다르다. 하지만 사람들이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온 이래 지역과 민족과 종교와 시대적 관심사들에 따라 저마다의 독특하고 고유한 문화들을 이루어 왔다. 이제 점점 더 문화가 중심이 되는 시대로 옮겨가고 있다한다. 여기서의 문화란 원시공동체 이래 사람들이 군집형태로 사회를 이루며 살아오면서 만들어낸 수많은 문화들, 특히 당장의 먹고사는 문제 같은 물질적 가치와는 다른 차원의 정신적이고 예술적 가치를 지닌 활동들을 일컫는 말일 것이다. 물론 이미 오래전부터 그런 문화활동과 성과물들을 통해 경제적 재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쪽으로 기대와 가치평가가 높아지는 현상도 나타난다. 주술사의 역할이었거나, 장인 또는 예술가라 불려졌건 간에 그런 활동에 종사하는 특별한 재능과 소양을 가진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그만큼 단지 개인생업 이상의 사회적 공적 가치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런 활동들에 종교적 차원이나 개인 재력가와 애호가, 문화정책 차원의 후원과 메세나 활동들이 이어져 왔다. 사실 개인적인 문화예술 후원은 그만큼 개인 취향과 가치기준에 따라 대상과 방식이 달라진다면, 공적 문화정책 차원의 지원은 상대적으로 공공의 미적 가치창출과 공유 폭을 넓히기 위한 기반조성과 활동무대 제공, 공공의 문화자산으로 키워내고 활용하는 쪽에 더 큰 비중을 둘 것이다. 최근 공공기관의 문화예술 후원방식에 대해 얘기들이 엇갈리고 있다. 말하자면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문화예술 쪽에 투자하고 관리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정책적으로 공공 재원을 만들고 보다 더 나은 조건 속에서 문화예술 활동을 펼쳐나갈 수 있도록 간접 지원하는 방식이 효과적인지 문제이다. 그런 논란은 금남로에서 상록회관 옆으로 곧 이전하게 될 광주시립미술관의 분관의 기능과 역할, 현재 추진 중인 지역작가 활동 후원공간으로서 인사동 갤러리 운영문제, 아울러 동구청에서 운영하는 무등예술관과 갤러리, 광주광역시에서 광주미협에 맡긴 메트로갤러리 운영 등과 관련해 이전부터 현장에서 얘기가 있어 오던 부분이다. 지자체에서 직접 저렴하게 또는 무료대관으로 공공문화공간을 운영하거나 전시를 기획하는 등의 창작활동 후원사업에 손을 대다보니 경제적으로나 인지도 면에서 그렇잖아도 기반이 취약한 사설 갤러리들이 운영에 더 애로를 겪고 있다. 사실상 미술시장 형성이나 화랑 갤러리를 통한 유통구조가 활발하지 못한 지역 미술계에서 갤러리들은 작품판매를 통한 재원의 창출보다는 대관료로 근근이 버티거나 사비를 돌려 투자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재원이 뒷받침되지 못하다보니 뜻하는 기획전 한번 제대로 추진하기 어렵고, 그것은 역량 있는 작가발굴이나 대외적인 창작활동을 뒷받침하는데 까지는 미치지 못하여 단순 대관공간으로 전락하고, 지역미술계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요인 중의 하나가 된다. 사설 미술관이나 갤러리의 야심 차고 신선한 기획전은 지역미술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대외적인 소개와 활동통로를 넓힐 수 있는 계기들을 만든다는 점에서 참으로 안타까운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작가들은 예술창작에 전념하기는커녕 생활인으로서 기본생계 걱정에서 허덕이다보니 창작에 투자할 경제력에서 바닥인 경우들이 적지 않다. 예술창작을 이어갈 수 있는 일정기반을 갖추기까지 스스로 상당기간의 막연한 투자가 가능해야 하지만 현실의 한계가 계속되다보면 그만큼 예술적 자존 의지가 좌절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작품 활동을 부추켜 줄 전시초대나 작품거래는 너무나 드물기 때문에 결국 작가이기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스스로 작품발표 기회를 만들어야 하고 활동방법을 다각도로 궁리해야만 한다. 따라서 대관료를 들이지 않거나 저렴하게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큰 힘이 될 것이고, 전시참여에 따른 자비부담이 적은 공공 미술관의 기획전 참여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말하자면 무료대관에 공공미술관에서의 전시라는 장소적 공신력까지 얻을 수 있다면 작가들로서는 금상첨화인 것이다. 지자체는 어디까지나 문화예술에 대한 도시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보다 효과적으로 실행해 나갈 수 있는 행정기관이지 문화예술기관이거나 사업체는 아니다. 공립미술관은 그런 도시문화 정책전략을 실행하는 공공문화기관으로서 지역미술의 발굴과 육성, 진흥을 위한 기초 조사연구부터 이를 학술적으로 체계화하고 전시와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통해 대내외적으로 확산시켜가는 문화거점이자 매개처라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지자체는 시 산하 공공기관뿐 아니라 민간분야 문화예술 활동과 지역미술 현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어야 한다. 지자체와 시립미술관의 직접적인 사업운영은 그것대로 본연의 역할과 소임에 보다 충실해야 하고, 이와 더불어 민간 현장을 대상으로 한 간접적인 지원사업 또한 지금보다는 훨씬 적극적인 정책들을 시행하여 문화중심도시를 소망하는 만큼의 이름값에 걸맞게 현장과 종사하는 주체들이 활기를 되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행정적 관점의 문화도시 추진과 운영에 치우치기보다 민간영역을 활성화시켜 튼튼한 밑뿌리에서 건강한 도시문화가 성장해 나갈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최근 무등예술관 폐관이나 금남로 분관의 이전, 그 공간의 차후 활용문제 등에 대해 지자체와 민간 갤러리, 작가들의 입장차에 따른 서로 다른 의견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런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관점과 의견들이 효과적인 방안으로 잘 정리되었으면 한다. 조인호 (미술사, 운영자)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