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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남화, 이제 무엇으로 남는가
지(知)· 정(情)· 예(藝)의 조화
현대문명 속에서 감성의 회복과 마음 닦기
남도조각의 거듭나기
매체의 다양성과 조형미의 확대
'닫힌 공간'에서 세상 속 '열린공간'으로
세계로 향한 문화의 창, 광주비엔날레
새로운 문화활력으로서 광주비엔날레
오월정신 계승과 통일의지의 결집, 광주통일미술제
광주비엔날레의 현실 과제
상생의 공동체 문화도시로
상생의 공동체 문화도시로
상생의 공동체 문화도시로
상생의 공동체 문화도시로
정체성은 스스로의 실체에 대한 확인이자 주체적 자기인식을 전제로 한 흔들림 없는 개척과 모색의 정신적 뿌리이기도 하다. 문향ㆍ예향ㆍ의향 또는 유배문화ㆍ저항의 도시 등등 입장과 시각에 따라 잡아내는 핵심들이 각기 다르지만 오랜 역사 속에서 축적되어 온 문화습속ㆍ의식ㆍ정서 등에 대한 전반적이고 면밀한 검증과 판단이 필요한 문제다. 행정단위의 구분에 따른 지역성이 아닌 민족문화의 원형으로서, 나아가 나날이 급변하는 현대문명 속에서 건강하게 양생시켜가야 할 인간본연의 가치로서 남도의 올곧은 역사와 문화전통의 뿌리를 찾아 비엔날레라는 국제적 문화소통의 창을 통해 인류사회에 던지는 근본 메시지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농본사회 전통적 삶 속에서 자연섭리를 바탕으로 몸에 배인 상생의 공동체정신을 들 수 있다. 크고 작은 자연현상과 존재들이 철 따라 때에 따라 생멸과 소생을 거듭하는 가운데 독립된 개체이면서 동시에 서로가 상생의 고리로 작용하며 생명의 순환활동을 거듭하고 있다는 존재의 이치를 삶의 철리로 깨달은 사람들의 문화다. 그것은 단순히 수동적이고 맹목적인 자연순응과는 다른 더불어 산다는 것의 인식이고, 자연을 따르되 생활하는 존재로서 인간의 더 나은 가치를 가꾸어 가고자 하는 근본적 가치의 지향인 것이다.
본래 전통적 삶의 풍토자체가 생명을 가꾸고 나누는 공동체 어우러짐의 농본문화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는 남도의 미술문화는 질박하고 끈끈한 인간 본성과 감성 의식들의 농축으로 진한 향수와도 같은 공감대를 이어 왔다. 기름진 밑거름으로서 그 고유전통과 자산을 바탕으로 요즈음 남도미술은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작가 개개인 또는 단체들의 부쩍 활발해진 대내외 활동, 아직 미약하긴 하지만 메세나운동 차원의 창작의지들을 북돋우는 후원단체 등 지역사회의 관심, 문화도시 기반구축에 초점을 둔 지자체의 정책적 방향설정 등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오랜 동안의 자기안일, 아니면 치열하게 부딪혀야 했던 격동기 고뇌와 갈등을 털고 실로 지역문화의 대전환과 중흥의 호기를 맞게 된 것이다.
그러나 명실상부한 국제미술의 중심무대로서 대외적 위상확보에 앞서 스스로 극복해야 할 내부과제들도 적지 않다. 먼저 작가 개개인의 창의적 거듭나기 각성을 전제로 낡은 구습과 관념 타성들을 털어 내는 일이다. 가령 시대감각을 전혀 뒤따르지 못하는 과거 정형양식의 답습이나, 내적 철학은 빈곤한 채 자기중심 아집으로 형식유희나 이념성에 젖어있는 태도, 화맥 지연 학연 등에 의한 소아적 분파의식과 이해관계의 대립 반목 따위들이 청산되어야할 부분이다. 또 뚜렷한 차별성 없이 구시대 관행과 전형을 되풀이할 뿐인 아류 양산의 공모전들을 통폐합하여 보다 시의적절한 창작지원사업으로 전환하며, 참신하고 의욕적인 젊은 창작열기들을 시대문화와 미래를 내다볼 수 있도록 계도하고 북돋우는 미술교육풍토를 개선해야겠다.
아울러 크고 작은 문화예술 관련시설과 미술공간들도 자체기획과 사업추진, 연구지원들을 본격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지역마다 고유 문화를 활성화함으로써 지방분권시대?개별성 중심의 문화흐름에 대처한 살아있는 토양을 가꾸어 가야 한다. 광주든 전남이든 행정단위의 구분이 무의미한 동일문화권내 지역 문화자산과 예술적 성과의 공동개발과 활용을 통하여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문화산업화시대 중심지로 자리할 수 있도록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지원과 투자가 뒤따라야할 일이다. 이 모든 것은 미술인 당사자들이나 행정당국뿐이 아닌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공동인식과 합의노력에 바탕이 두어져야 함이 마땅하다.
각 세대ㆍ모임ㆍ개인성향별 인식과 가치개념의 차이에 따른 내부 갈등이 없지 않았고, 물려받은 전통보다는 신표현?신감각을 찾는 조형실험과 방법론의 모색들이 폭넓게 펼쳐지기도 하였다. 그러한 상호 자극요소들을 토대 삼아 이제 그 환경과 풍토가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참다운 예술적 가치와 역할을 모색하는 시점에 이른 것이다. 그것은 자연과 인간, 감성과 의식, 전통과 시대현실, 개인과 공동체사회라는 상반된 문제들을 다양하면서도 중심이 또렷한 문화적 정체성으로 응축시켜 보다 실질적이고 생산적인 삶의 가치이자 미래 문화의 토양으로서 광주를 새롭게 다져 가야 한다는 과제가 되고 있다.
근래 남도미술문화는 내부 충분조건에는 아직 미흡한 게 사실이지만 그 어느 때보다 새롭게 거듭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그 동안 서로 다른 환경과 정신상황 속에서 축적시켜 온 예술과 인생 역사 사회체험들을 바탕으로 한 역할모색과 실천활동도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물질적 풍요와 가시적인 것에 치우친 발전전략들이 요즘은 문화적 가치개념 쪽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즉 현상적 감각적 집단성의 문화에서 내재적 정신과 감성, 개별고유성을 드러내고 이끌어내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시대논리와 집단이념 전체성 대신 자율성과 개성, 자기정체성을 본위로 삼는 예술 본연의 성격과 합치하는 것으로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문화구조 내에서 보다 생산적이고 실질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쪽으로의 변화흐름이라 하겠다.
이러한 추세와 함께 시대문화의 실질적 주체로써 생산자이면서 동시에 향유자인 일반 대중들에게 보다 친숙하고 가까이 다가설 수 있도록 다양한 소통방식과 매체를 끊임없이 변화 확대해나갈 필요가 있다. 전자매체나 기계적 메카니즘, 또는 감각적 일회성 소비문화의 팽배 속에서 창작인들의 세상을 보는 다양하고도 신선한 예술정신과 향기로 진정한 삶의 지표를 바로 세워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인간의 본성이기도 한 가치지향성과 창의력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만큼 이를 바탕으로 현대문명과 산업사회의 여러 병폐나 한계를 치유 극복하기 위한 문화 예술활동의 다양한 대안모색들이 활성화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전통계승에만 얽매이다 보면 시대문화의 자산과 미래 가치를 새롭게 창출해 나가는데 소홀해 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여러 지역에서 경쟁적으로 벌이고 있는 유사중복 형식의 외형상의 규모위주나 일회성 볼거리 즐길거리에 그치고 있는 축제 이벤트들이 궁극적 대안이 될 수는 없다. 자연환경과 문화전통, 지역정서, 역사적 자산들을 폭넓게 아우르면서도 문화적 자양분과 잠재력을 축적시키고 확대해 나가는 공동체문화의 장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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