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도 이 따금 각지에서 발굴 출토되고 있는 구석기유적들, 이를테면 곡성군 입면이나 옥과지역, 승주
곡천지구, 주암댐 수몰지역, 근래 광주첨단과학산업단지일대 유적 등은 이미 녹아 스러진 혼백들의 넋이라 할 수 있다. 그 것들은
이 땅과 우리네 생명이 결코 껍데기만 겉도는 뜨네기 문화가 아닌 참으로 길고도 깊은 혈맥을 이어온 것이란 걸 깨닫게 한다. |
갈아만든 돌칼 · 돌도끼 · 화살촉들은 돌 속에 숨어있는 석질의 무늬를 절묘하게 살려 내 대칭형 모양을
만들어내는 가공솜씨부터와 짜임새 있는 형태미에서 절로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그것은 인간 본능 속에 자리한 미의식과 조형감각을
적극적으로 표현해낸 인위적 가공물로서 쓰임새와 창의성, 미적 정감을 조화시킨 명품들임에 틀림없다. |
문화변동사에서 청동기의 개발은 자연에 의존하면서 수동적인 삶에 익숙해져 있던 고대인들에게 혁명에 가까운
것이었다. 금속가공 사용은 중국은 기원전 1500년경, 한국은 기원전 800년 무렵부터로 본다. 중국의 것이 대개 그릇종류이면서
입체적인 돋을무늬들로 채워지고 있다면, 우리는 짧고 가느다란 선들을 반복시키며 일정한 무늬띠를 이룬다. 전쟁무기나 권력 상징물과
함께 의기들이 많은 것은 훨씬 복잡해진 사회상의 반영이자 보이지 않는 절대존재에 대한 경외감이 집단적 무의식으로 더욱 확산되어
가고 있는 증표들이다. |